"고려는 해양국가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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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해양문화가 역사발전에 중요한 원동력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특히 해상세력 왕건이 건국한 고려는 내내 해양을 이용해 국부를 창출하고, 외교적 지위를 높였다.

『거꾸로 읽는 드라마 태조왕건』은 방영 중인 드라마가 권력쟁탈전에 비중을 두는 것과 달리 '고려시대〓해양국가' 라는 현실적이고 박진감 있는 코드를 사용해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백제출신들이 재당신라인이라는 이름으로 동아시아의 바다에서 교역과 항해업을 했었고, 그 속에서 장보고라는 인물이 등장했으며, 후에 재당신라인들이 환국했는데, 왕건가는 그 중의 하나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한다.

또한 후삼국의 통일과정을 내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갈등이라는 구도로 보고, 왕건을 개성상인의 시조라는 생활용어로 정의하고 있다.

또 왕건 이후의 역사도 동아시아의 질서라는 측면에서 주목하면서 고려에 나타난 왜구가 재당신라인들의 후예이며, 명나라의 건국도 내륙세력과 해양세력의 대결로 보고 있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 작가 출신인 저자의 독특한 시각을 토대로 사료와 몇몇 학자들의 해석을 자유롭게 재해석하고 있으나 타당성이 있는 부분도 상당히 많다. 그 결과 일반 독자들은 오랜만에 신선한 충격을 느낄 것 같다.

하지만 재당신라인들이 왜구로 불렸고, 최영 장군이 추진한 요동정벌사업의 주체가 됐다고 서술한 것 등은 독자들로서는 선뜻 따라가기 힘들 것 같다.

이 책이 왕건과 그들의 시대를 동아시아 전체사의 입장에서 보고, 개인들이 아닌 시대적 존재로 설정한 것은 사극들이 유행하는 현실에서 교훈이 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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