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삼성 문경은, 명예회복 벼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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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삼성의 간판인가. "

프로농구 삼성의 문경은(30.사진)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아닌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면 한밤 중에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고 한다.

오는 29일 시작되는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 문선수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눈을 감으면 가장 나쁜 장면만 떠오른다. SBS와 플레이오프 준결승 3, 4차전은 최악이었다.

3차전에서는 5득점에 그쳤고 4차전에는 22득점했지만 승부가 기운 뒤에 슛이 폭발했다. 정작 시소를 주고받을 때는 철저히 침묵한 문선수를 '하이에나 슈터' 라고 비아냥거리는 전문가도 있었다.

문선수에게 챔피언 결정전은 마지막 기회다. 이마저 놓치면 후배 주희정이나 이규섭에게 간판을 넘겨주고 평범한 선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문선수가 부진한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 상대팀의 마크가 워낙 철저하다. 아티머스 맥클래리.무스타파 호프에게 골밑을 공략당하는 상대팀은 외곽 슛까지 허용하면 대책이 없으므로 문선수만이라도 봉쇄하기 위해 강력한 수비수를 붙인다.

둘째, 상대팀의 초조한 심정을 역이용해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기보다 득점 욕심에 억지로 슛을 날리다 보니 성공률이 낮다. 실패한 공격은 상대팀의 역습으로 이어진다.

상대팀의 밀착 수비는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반복될 게 뻔하다. 어느 팀도 문선수를 풀어주고 삼성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다득점이 아니라 정확성이다. 삼성 김동광 감독은 문선수가 먼저 수비에 힘쓰면서 슛보다는 패스 위주의 경기를 해달라고 주문한다.

문선수는 "모든 욕심을 버리고 이기는 농구를 하겠다" 고 다짐한다. 문선수가 볼만 잡으면 림부터 쳐다보는 슈터의 본능을 억누를 수 있다면 삼성은 그만큼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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