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숙사·체육시설 등 짓는데 민간자금 5조 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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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대학들이 기숙사.체육시설.연구실 등 편의.연구시설을 확대하기 위한 민자(民資)유치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은행.보험사.건설업체 등도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대학 시설 투자에 참여하기 위해 연간 총 5조원대의 투자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는 최근 민간기업이 대학 부지에 시설을 짓고 운영 수익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근거가 법에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정 부족으로 대규모 시설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사립대들의 교육여건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4일 사립대 캠퍼스에 민간기업.지자체 등이 시설을 짓고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을 25일자로 공포한다고 밝혔다.

?민자유치에 팔 걷은 대학들=경희대.건국대.한국외대.숙명여대.고려대.숭실대 등 서울 시내 대학과 일부 지방대는 이미 민간기업들을 대상으로 학교 건물 등을 건설하기 위한 투자를 유치했거나 유치 협상을 벌이고 있다.

경희대는 수원캠퍼스에 짓는 연건평 1만1000평의 제2기숙사 건설에 ㈜서희건설의 투자(430억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22일 기숙사 건물을 착공했다.

또 수원캠퍼스의 병원(1500억원 규모)과 산학협력관(500억원 규모) 건립 사업에 외부 자금을 투입한다는 목표 아래 신한은행과 협의 중이다.

건국대가 추진 중인 본교 기숙사(1만1000평 규모) 건설사업의 경우 산업은행과 산은자산운용이 4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재원을 마련했다. 이 기숙사는 다음달 15일 착공돼 내년 8월 완공되며 2학기부터 학생들이 입주한다.

한국외대는 29일 이사회를 열고 본교 기숙사(912명 수용) 건축을 위한 143억원 규모의 민자유치 계획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학교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참여기업의 투자수익률 등 유치 조건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투자 경쟁도 '후끈'=삼성생명은 대학 시설 사업에 연간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신한은행은 연간 1조원, 외환은행은 연간 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교보생명.대한생명.농협 등 다른 금융기관들도 학교 시설사업에 뛰어들 예정이다. 투자규모는 총 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교육부는 추산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려대.숭실대와도 기숙사 투자 여부를 협의 중이며 지방 사립대 몇 곳과도 투자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며 "경쟁사들을 의식해 물밑에서 작업 중"이라고 귀띔했다.

?대학.기업 모두 '윈윈'=민간기업은 시설을 짓고 15~20년 동안 운영해 투자금을 회수한 뒤 소유권을 대학에 넘기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학 측으로부터 연간 5~8%의 투자수익률을 보장받는다. 회계연도 말에 투자수익이 약속된 수익률에 미달할 경우엔 교비(학교운영비)에서 손실분을 보전받게 된다. 취득세.등록세.부가가치세는 관련법에 의해 면제될 예정이다.

대학 입장에서도 큰 보탬이 된다. 우선 엄두도 못 냈던 시설들을 확충할 수 있어 교육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게다가 민간기업이 정해진 수익률을 초과하는 금액을 교비로 내놓게 돼 있어 운영수입이 많을 경우 대학 재정 수입도 늘게 된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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