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판매의 그늘 … 상위 1%가 수당 총액의 57%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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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두세 명만 모으면 금세 월 500만원 수당은 거뜬할 줄 알았어요. 뭘 몰랐던 거죠.”

 회사원 지모(23·여)씨는 지난해 2월 다단계업체에 가입했던 일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어머니 병원비 때문에 돈이 급했던 차에 친구 따라 ‘웰빙테크’를 찾았다. 업체에선 “다이아 직급이 되면 월 수입이 800만원가량 된다”고 소개했다. 이 말에 혹한 지씨는 업체가 연결해 준 대부업체에서 700만원을 대출받아 물건을 샀다. ‘이게 아니다’ 싶어 한 달 만에 탈퇴했지만, 구입한 제품 일부는 환불받지 못했다. 그는 “다단계로 돈 버는 건 최상위 극소수뿐”이라며 “웬만해선 쉽게 돈 벌 수가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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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 영업 중인 다단계 판매업체는 70곳. 지난해 총매출액은 2조9492억원으로, 다단계 시장은 2007년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업체에 등록된 판매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415만4969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 중 실제 돈을 버는 판매원은 4분의 1 정도(106만1389명)뿐이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의 다단계 판매업체 주요 정보를 공개했다. 그럼 다단계 업체 판매원으로 일하면 수당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공정위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돈을 받은 판매원은 1인당 연평균 88만8000원을 수당으로 받았다. 수당만으로 생계를 꾸리기엔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그나마 2010년(77만1000원)보다는 13.1% 늘어난 것이다.

 수당은 최상위 직급자에게 집중됐다. 1만 명 정도의 상위 1%가 전체 수당의 56.8%를 차지했다. 최상위 1%는 1인당 평균 5106만원을 가져갔지만, 중간층(상위 30~60%)의 몫은 연간 9만9000원에 불과했다. 하위 40%는 1인당 2만1000원을 받는 데 그쳤다. 상위 1% 수당이 하위 40%에 속하는 판매원의 2431배에 달하는 셈이다. 공정위는 하위 40% 판매원은 판매수당보다는 주로 제품을 할인받아 살 목적으로 가입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판매원 직급에 따른 ‘수당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관리자급 판매자는 이미 거래처가 구축돼 있어서 돈을 벌 수 있지만, 친인척이나 지인 영업을 생각하고 새로 들어간 사람은 실적 올리기가 만만찮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를 모르고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섣불리 뛰어들어선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국허벌라이프 관계자는 “신규 판매원을 교육할 때 직급에 따라 수당을 받는 구조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암웨이 관계자도 “거래망이 구축되지 않은 신규 판매원의 수당이 처음엔 적은 게 당연하다”며 “차후 개인 능력에 따라 수당에 차이가 난다는 점을 신규 판매원에게 주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다단계 업체 간의 양극화도 나타났다. 상위 10개 업체(한국암웨이, 한국허벌라이프, 뉴스킨코리아, 애터미, 앤알커뮤니케이션, 하이리빙, 웰빙테크, 모티브비즈, 앨트웰, 유니시티코리아)가 총매출액의 81.5%, 전체 판매원 수의 78.2%를 차지했다. 상위 10개사의 판매원 1인당 수당은 138만원으로,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단, 업체 간 수당 차이는 그 회사가 판매하는 물품이 무엇이냐에 따라 차이가 났다. 고가의 건강식품을 취급하는 한국허벌라이프는 평균 수당이 476만원이지만, 이동통신상품을 판매하는 모티브비즈는 8만원에 그쳤다. 공정위는 70개 업체별 세부정보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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