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 최고] 아산 고기한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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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아산 고기한마당의 ‘한우한마리’ 상차림(1kg, 13만원).

‘아산 고기한마당’ 가보셨나요? 지난해 9월 문을 연 후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손님이 많아졌습니다. 이 집 주인장 김학동(57)씨는 서울 마장동 축산물 시장에서 30년간 식육도매업을 했습니다. 한마디로 ‘고기박사’라는 말이지요. 그런 그가 아산시 배방읍에 정육식당을 차린 이유는 뭘까요?

“지금 식당을 차린 건물이 원래는 유황돼지를 마장동에 납품하던 육가공 공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공장이 부도가 났어요. 납품을 조건으로 보증금을 냈는데 떼일 상황이 된 거죠. 보증금 대신 건물을 가져가라 해서 얼른 그러겠다고 했어요. 고기 집 차리면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길로 김씨는 마장동 사업은 아들에게 넘겨주고 아내와 함께 아산으로 내려왔습니다. “사실 믿을 건 고기하고 아내 밖에 없었습니다. 마장동에서 식육도매업을 함께 해왔으니 고기 보는 눈은 남 못지않고 음식 솜씨도 자랑할 만하니 식당 차리면 좋겠다 싶었죠.”

그렇게 시작된 ‘아산 고기한마당’은 문을 열자마자 손님이 몰렸습니다. 그 흔한 홍보전단 한 번 뿌려 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입소문만으로 손님이 몰리는 식당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지요. 앞서 밝혔지만 ‘아산 고기한마당’은 마장동에서 고기를 직거래합니다. 김씨가 해 오던 사업을 아들이 잇고 있으니 안정적으로 질 좋은 고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첫 번째 장점입니다.

다음은 양입니다. ‘아산 고기한마당’에 들어서면 엄청나게 큰 저울이 눈길을 끕니다.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고기를 저울에 올려 정확한 주문량을 확인시켜 줍니다. 사실 ‘정확한 주문량’이라는 말은 틀린 말입니다. 주문량보다 100~200g을 더 얹어서 손님상에 내놓으니까요. 손님들은 고기 양을 보고 한 번 놀라고 구워진 고기 맛에 두 번 놀랍니다.

김씨는 아무것도 모르고 찾아 온 손님이 조금 넉넉히 주문한다 싶으면 "조금만 시키시라”고 말립니다. 주문량보다 많이 나오는 식당이라는 걸 모르고 과하게 주문하면 음식이 남을 뿐 아니라 손님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부담 없이 식사를 즐겨야 다음에 또 찾아주실 것 아닙니까?”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한우고기 시키면 주문량과 상관없이 달려 나오는 푸짐한 육사시미와 육회, 육초밥도 손님들의 입맛을 자극합니다. 삼겹살 두께도 ‘장난’이 아닙니다. 상차림에 기본 메뉴인 돼지 껍데기 무침은 달라는 대로 몇번이고 갖다 줍니다. 직화구이로 나오는 한우갈비살은 ‘아산 고기한마당’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 중의 별미입니다. 가족 손님이라면 아이들을 위해서 반드시 추가해야 할 메뉴라 강추(?)합니다.

점심 특선인 한우갈비탕도 끝내줍니다. 양도 많고 맛도 좋아 직장인은 물론 주부들에게 인기입니다. 고기 사러 오는 손님도 적지 않은데 파채와 상추는 공짜로 끼워 줍니다. 2층에는 150명이 한꺼번에 들어 갈 수 있는 연회실이 완비돼 있습니다. 인근에 있는 삼성전자와 신도리코에서 찾아오는 젊은 남자 손님들을 위해 야간 조명시설까지 갖춘 족구장도 있습니다.

김씨는 “무엇보다도 음식 만드는 일을 즐기고 솜씨도 좋아 고기 손질부터 밑반찬까지 직접 하는 아내가 있어 가능한 일”이라며 “이와 함께 30년 동안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일한 경험이 식당 운영의 큰 자산이자 ‘아산 고기한마당’만의 경쟁력”이라고 말했습니다.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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