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앞 표 깎일라 … 정두언·박주선 털고 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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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10년 7월 민주당은 자기 당의 강성종 의원에 대한 검찰의 구속 수사가 임박하자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강 의원은 당시 사립학원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교비를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방탄국회 논란 속에서도 민주당은 버텼다. 다음 달 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넘어온 후 진보신당·민주노동당까지 “민주당은 국민 정서를 살펴라”라고 압박했으나 “현행범도 아니니 불구속 기소가 바람직하다”며 체포동의안 처리에 미온적이던 이가 박지원 당시 원내대표였다. 그런 그가 이번엔 달라졌다.

 9일 오후 2시 국회 원내대표실을 빠져나가던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무소속 박주선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놓고 “11일 처리해야죠”라고 답했다.

 이날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자기 당 소속인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놓고 “가결되는 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체포동의안은 국회에 46건이 제출됐으나 가결된 건 9건뿐이었다. 여야는 체포동의안 처리를 ‘특권 타파’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오후 3시30분 새누리당 홍일표 원내대변인이 국회 기자회견장에 나와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19대 국회를 쇄신하는 국회로 만들겠다”고 하자 3시간 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같은 장소에서 “국회의원 특권 남용을 막는 게 당의 방침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과 박 의원은 각각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최고위원을 지낸 중진들이다. 정 의원은 ‘쇄신파’의 리더 격이었고, 박 의원은 호남의 차세대 정치인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그런 두 의원을 향해 그간 국회가 보여온 ‘동료애’가 발휘되지 않고 있다. 대선을 앞둔 여론의 눈초리 때문이다. 체포동의안 처리에 미온적으로 나섰다간 어떤 역풍을 만날지 모를 리 없다.

 불체포 특권 포기를 약속했던 새누리당의 홍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지금이 어떤 국면인데 좌고우면하겠나. 우리가 누구를 봐주고 말고 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두 의원도 이런 분위기를 읽었던 듯 이날 본회의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당초 민주당에선 내부 논쟁도 있었다. 지난 5일 당 고위정책회의에 박 의원 측이 “현재 항소심에 계류돼 있는 만큼 1심 재판부는 체포동의안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을 전해 왔다고 한다. 이때 율사 출신 의원들은 “법적 절차에서 문제가 있다”고 동감했으나 참여연대 출신의 김기식 의원이 “이건 (여론을 따져)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반발했다고 한다.

 여야는 현재로선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유 투표로 11일 체포동의안을 표결한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검찰이 저축은행 로비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 원내대표를 겨냥해 ‘세 번째 체포동의안’을 꺼내 들 경우다. 그때는 체포동의안 처리가 쉽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박 원내대표 측은 “제기된 의혹이 모두 소설인데 체포동의안 가능성을 얘기하는 자체가 불쾌하다”고 밝혔다. 그는 상임위도 검찰과 법무부를 피감 기관으로 두고 있는 법사위를 택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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