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금리 없어 왜곡 가능성 상존… 리보보다 훨씬 허술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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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호 07면

리보(Libor)만 문제일까. 국내 금융시장의 금리 결정 과정은 리보보다 허술하다는 게 중론이다. 우선 리보처럼 단기 금리를 정하는 지표 금리가 없다. 만기별로 각각 다른 지표 금리를 쓰고 있다. 금리를 결정하는 과정도 제각각이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 애널리스트는 “콜(Call) 금리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코리보(KORIBOR)가 널리 쓰이지만 어느 것 하나 권위 있는 지표 금리는 아니다”라고 평했다. 금융회사 간에 보통 하루짜리 초단기 자금거래에 쓰이는 콜 금리는 말 그대로 거래자들의 호가로 결정된다. 콜 자금 중개회사를 통해 주식 거래 체결되듯 가격이 결정된다.

국내 사정은 …

석 달 만기 자금의 금리에는 CD 금리가 주로 쓰인다. 단기 금융시장에선 3개월 만기 자금 수요가 크다. 민좌홍 한국은행 자금시장팀장은 “수요는 많은데 마땅한 기준금리가 없다 보니 오래전부터 금융사 간 거래되는 CD의 금리를 지표금리로 써 온 것”이라고 말했다. CD 금리는 은행의 변동대출 금리의 기준이 된다.

CD 금리를 결정하는 과정은 리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금리가 왜곡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D 금리는 7개 시중은행이 발행한 CD에 대해 CD 거래를 많이 하는 10개 증권사가 매긴 금리를 토대로 결정한다. 증권사로부터 금리를 보고받은 금투협은 최고·최저치를 빼고 나머지 8개의 평균치를 CD 금리로 고시한다. 강성부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왜곡 사례의 적발은 없었지만 결정 구조가 정교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2009년 하반기에 기준금리와 CD 금리의 격차가 갑자기 커져 금융 당국이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코리보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금융권과 협의해 2004년 7월 도입한 금리다. ‘한국의 리보’를 표방해 이름도 비슷하게 지었다. 15개 은행이 제시한 단기 금리 중 최고·최저치 3개씩을 빼고 나머지 9개의 평균치를 매일 고시한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이 여전히 콜 금리나 CD금리에 의존하고 코리보를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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