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콘서트 뒤 노력형 됐죠, 벌거벗은 거 같거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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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음악만큼 좋은 친구가 있을까. 가수 강산에(왼쪽)씨와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박창수씨는 소규모 하우스콘서트로 절친한 사이가 됐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라구요’의 가수 강산에(49)와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박창수(48)-. 둘은 참 다르다. 강씨는 대중음악가, 박씨는 클래식 연주자다. 강씨는 말이 많고, 박씨는 말이 없다. 초저녁 인터뷰 장소에서 기자를 기다리며 강씨는 맥주를, 박씨는 차를 마시고 있었다.

 하지만 나름 공통점이 있으니 ‘하우스콘서트’를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박씨가 기획한 ‘하우스콘서트’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강씨는 이 콘서트에 최초, 최다 출연한 대중음악가다. 3일 두 사람을 함께 만났다.

 ‘하우스콘서트’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는 마룻바닥 음악회다. 연주자는 관객의 호응과 시선을, 관객은 연주자의 숨소리와 땀방울까지 느낄 수 있다. 박씨는 2002년 7월, 서울 연희동 2층 자택을 개조해 한 달에 두 번 꼴로 ‘집에서 여는 콘서트’ 실험을 시작했다. 2009년엔 도곡동 116㎡(35평) 레코딩 스튜디오 율하우스로 옮겨 지금까지 315회 공연을 열었다. 클래식·국악·대중음악 등 1300명이 넘는 연주자가 참여했다.

 -첫 인연이 궁금하다.

 ▶박=‘하우스콘서트’를 시작하고 2005년쯤 대중음악가를 초청하고 싶었다. 고민하다 전에 두어 번 만난 적 있는 강씨에 전화했는데, 너무 쉽게 수락해서 당황했다. 10여분의 짧은 통화로 음악회의 의미를 이해하고 수긍한 것이다. 그런 사람이 예술가 아닌가 싶었다.

 ▶강=이전부터 프리 뮤직(즉흥 연주)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또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궁금증도 있었다. 돈의 액수보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더 중요하다. ‘하우스콘서트’는 내 음악의 장을 넓혀줬다.

 ‘하우스콘서트’의 관람료는 2만원, 이중 절반이 아티스트 몫이다. 평균 관객 수가 50명 안팎이니 강씨의 평소 개런티에 비하면 턱도 없는 돈. 그럼에도 강씨는 여덟 차례 이 무대에 섰다. 2010년엔 하림·10㎝·크라잉넛 등도 그의 소개로 참여했다.

 -실제 공연은 어땠나.

 ▶강=관객과 거리가 너무 가까워 처음엔 벌거벗은 느낌이었다. 당시 나는 열심히 연습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공연을 하고 나면 아쉽고 분했다. 그래서 이후 더 열심히 연습하게 됐다. 하하.

 박씨는 ‘하우스콘서트’ 10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벌인다. ‘2012 프리, 뮤직 페스티벌-하우스콘서트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 작전’이다. 9~15일까지 전국 21개 도시 23개 공연장에서 총 100회 공연한다. 관람료는 무료~1만원. 58개 팀 158명의 연주자가 무보수로 출연한다. 90%는 지난 10년간 동참한 이들이다. 관객은 객석이 아닌, 연주자와 같이 무대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게 된다. 구체적 공연 일정은 홈페이지(www.freemusicfestival.net) 참조.

 -독특한 프로젝트다.

 ▶박=우리 콘서트의 취지를 전국 공연장으로 확대해 지역 문화 불균형을 해소할 실마리를 찾고 싶었다. 전국에 문화예술회관이 150개다. 800석 이상 규모의 일반 공연장까지 포함하면 400개다. 그런데 공연은 안 하고 민방위훈련, 경로잔치 용도로 쓰이더라. 반면 연주자들은 공연할 곳이 없다고 징징댄다. 서울만 고집해서다. 이 상황을 깨부수고 싶었다. 이번에도 65개 팀에 요청했는데, 일곱 팀은 무보수라 곤란하다거나, ‘지방은 시시하다’며 거절했다. 그런 사람들을 예술가라 부를 수 있을까.

 박씨는 내년엔 공연을 5000회로 확대해 지방공연장의 가동률을 더 높일 계획이다.

 -언제까지 할건가.

 ▶박=이 땅에 좋은 콘서트가 많이 생기면 그땐 관두고 다른 실험을 시작할 생각이다. 예술가는 계속 새로운 것을 찾고, 갈구하고, 느껴야 한다.

 ▶강=‘하우스콘서트’가 나를 원한다면, 끝까지 함께하고 싶다.

 강씨는 12일 고향인 경남 거제에서 이번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공연한다. 또 25일 율하우스 무대에도 오른다. ‘하우스콘서트’의 새로운 10년을 여는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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