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영남 '31년만에 다시 서는 독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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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생애에서 가장 바쁘고 화려한 해가 아닐까 싶어요. 이제 가수로서는 그만 은퇴해야지…. " 서울 청담동 자택. 탁자 위에 누런 원고지 종이가 널려있었다.

"어느 잡지사에서 '나의 유서' 를 내보자네요. 이건 누구 주고 저건 누구 주고…. 아, PD들한테 나 죽거든 내 노래 틀지 마라고 썼어요. 틀기만 하면 저승가다 돌아와 멱살을 잡겠다구. 살아있을 땐 안 틀고 말야. "

그를 우리 시대의 한량이라고 부르면 큰 실례일까. 가수.방송진행자.화가 조영남(56)이 새 앨범 '새 천년' 을 다음달 초 발표하기에 앞서 공연을 갖는다. 21~22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02-337-8474.

새 노래를 내놓는 것은 '화개장터' 이후 처음이며 단독 콘서트는 1970년 옛 시민회관 공연 이후 31년만이다.

그는 말을 하다 말고 먼 데를 쳐다보며 몇 초씩 말을 멈추는 버릇이 있었다. 그런 말투는 흔히 듣는 이를 긴장시키지만 그에게서는 오히려 편안함이 느껴졌다.

"정말 편한 콘서트를 하고 싶어요. (옆에 있던 공연 관계자에게)야, 조명말고는 무대에 아무 것도 올리지 마, 엉! 작은 나무 의자만 하나 준비하라구. "

국내외에서 모두 일곱 차례 개인전을 열었던 그는 '화투 그림' 연작으로 유명하다. 오는 5월 19일에는 서울 인사동 갤러리 상에서 또 한번 개인전을 연다.

"새 앨범의 노래중엔 작가 이제하씨가 작사.작곡한 '모란 동백' 이 특히 멋있는 노래요. "

낡은 기타를 연주하며 열한살 난 딸 은지에게 들려주는 '은지의 노래' , 사랑의 덧없음을 이야기한 '언약' 등 새 노래를 들려주는 그는 못다 사른 정열을 간직하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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