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화 사기단' 다시 고개

중앙일보

입력

주부 權모(46.서울 서초구 방배동)씨는 4년 전 전화로 투자를 권유하는 한 회사의 꾐에 빠져 강원도 양양 임야에 투자했다가 큰 낭패를 보고 있다. 국제공항이 들어서면 평당 10만원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화 유혹에 솔깃해 임야 2천평을 평당 4만원씩 총 8천만원을 주고 샀으나 4년이 지난 지금 시세는 매입가에도 못미치는 평당 3만5천원밖에 안돼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분당 신도시 정자동에 사는 주부 朴모(35)씨는 요즘 생각지 못한 '전화폭력' 에 시달린다. "사모님, XX투자(혹은 파이낸스)회사인데 부동산투자에 관심 없으세요" 등으로 시작하는 여성의 전화 때문이다.

최근 저금리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자 서울 강남.분당 신도시 등에 전화로 땅 매입을 권하는 부동산투자 사기단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은 'XX투자회사' 'XX개발' 등 그럴 듯한 이름을 내걸고 "판교의 숨은 땅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 "카지노 개장 등 개발 열기에 휩싸인 강원도 정선 땅을 사면 떼돈 번다" 며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는 주부 등을 유혹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런 영업을 하는 일명 '기획부동산' 업체는 서울 강남 일대에만 수십여곳에 이르며 전화로 투자를 권유하는 인원만도 업체당 수십명, 많게는 1백여명이 넘는다.

이들은 강원도.제주도 등 개발 이슈가 있는 곳의 땅을 무차별적으로 팔고 있다. 투자자가 사무실을 방문하면 지도와 서류 등을 꺼내 놓고 주변 녹지나 미개발지역 등을 공시지가보다 2~3배씩 부풀려 파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의 사탕발림에 속아서는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쓸모없는 땅을 마치 좋은 땅 인양 포장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개발계획마저 불투명해 자칫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

건국컨설팅 유종율 사장은 "개발계획이 발표된 곳은 투기꾼의 입질이 심해 실제 쓸 만한 물건은 많지 않다" 며 "투자 전에 도시계획확인원 등을 통해 개발 가능성이 있는 곳인지 확인한 뒤 최소한 공시지가 이하로 구입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고 조언했다.

서미숙 기자 seom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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