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순의 엄마가 골랐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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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새 학기가 시작되어 새로운 친구,새로운 선생님을 만나게 되니 무척 즐거운 모양입니다.반장 선거에 떨어진 이야기며,친구랑 장기를 두어 이겼던 이야기를 늘어놓느라 말이 많아졌어요.어제는 학교 도서관에서 독서 도우미로 봉사할 어머니를 찾는다기에 무턱대고 “엄마가 해줄게” 했지요.그렇지 않아도 아이들 학교는 어떤 책을 갖추고 있는지 궁금하던 참이었거든요.
KBS에서 방송한 2부작 일요 스페셜 ‘TV,책을 말하다’를 보니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하도록 정말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북스타트 운동과 영국의 헤이 온 와이 책 마을도 인상 깊었지만,가장 부러웠던 것은 도서관이었어요.우리 형편을 굳이 떠올려보면 공공도서관은 턱없이 부족하고,학교도서관도 아이들에게 권해줄 만한 책을 그다지 많이 갖추고 있지는 않습니다.집에서 필요한 책을 모두 사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그렇다고 이대로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교실에 있는 학급문고부터 신경을 써 보는 거예요.
해마다 새 학년을 맞이하면,학교에서는 책을 보내달라고 합니다.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학교에서 책을 가져오라고 하면 집에서 더 이상 안 보는 책,필요 없는 책을 보내는 일이 많아요.하지만 그렇게 처치 곤란한 책들을 모아놓은 학급문고를 보는 아이들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우리 아이들이잖아요? 남들에게 주는 것은 내게 쓸모 없는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내게도 소중한 것,필요한 것을 주어야 받는 사람에게도 가치 있는 법입니다.올해부터는 학교에서 책을 가져오라고 하면 가장 좋은 책,가장 재미있는 책을 아이에게 들려보내 주세요.새학기니까 학교를 소재로 한 이런 책도 좋겠죠.
자랑삼아 들고 갔던 보라색 손가방을 소재로 하여 선생님에 대한 릴리의 마음을 재미나게 표현하고 있는 『우리 선생님이 최고야!』(비룡소),기발한 상상력과 따뜻함이 배어 나오는 『학교에 간 개돌이』(창작과 비평사),놀이를 통해서 아이들끼리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짜장 짬뽕 탕수육』(재미마주) 같은 책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낸 책입니다.아마 책꽂이에 꽂혀 있을 새가 없을 거예요.이런 좋은 책을 늘 곁에 놓아주면 아이들은 책을 좋아하게 된답니다.
어느 어머니로부터 예쁜 전자카드를 받았습니다.제가 소개해준 그림책들을 골라 아이에게 읽어주었더니,이제는 다른 것 보다 책이 더 좋다고 하더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어요.새 봄과 함께 날아든 고마운 소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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