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포트] '아시아 느와르' 연작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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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서스펜스·추리소설·탐정물 등의 대중 소설을 한마디로 표현할 때 가장 편리한 말은 역시 ‘느와르’가 아닐까 싶다.프랑스어로 ‘검다’는 뜻의 ‘느와르(noir)’에는 늘 범죄와 이에 따르는 음모·폭력이 주요 테마가 된다.문단는 평가와 상관없이 열광적인 독자층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사는 최근 ‘느와르’ 중에서도 특히 아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 초점을 맞춘 ‘아시아 느와르’ 연작 출간에 착수해 매니어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최근의 민족간 분쟁과 격동하는 국제정세,범죄조직의 세력확장 등이 느와르계 작품의 배경으로 안성마춤이기 때문이다.또 일본의 느와르계 작가층이 두터운 것도 기획 배경이다.
제1탄은 재일교포 작가 양석일(梁石日)씨의 작품으로 1974년 문세광의 박정희(朴正熙)대통령 저격사건을 다룬 『죽음은 불꽃처럼』이다.오사카 빈민가 출신의 23세 재일교포 테러리스트 송의철이 독재정권 타도라는 명분으로 일본경찰의 권총을 탈취해 저격에 나선다는 내용이다.이를 미리 알고도 저지하지 않으려는 미국과 한·일 정보부의 음모가 복잡하게 전개된다.“대통령의 시체에 내 이름을 새겨주마”라는 광고문구도 자극적이어서 화제가 됐다.
마이니치신문사는 앞으로 2개월에 한권씩 3년간 모두 20권 정도를 출간할 예정.작가 중엔 지난해 나오키(直木)문학상을 수상한 후나토 요이치(船戶與一)와 지난 96년 공전의 베스트셀러 『불야성(不夜城)』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하세 세이슈(馳星周) 등이 포함돼 있다.한반도가 무대로 설정된 작품도 상당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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