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미완의 일본 경제개혁 기로 직면"

중앙일보

입력

세계 1, 2위의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 경제가 함께 위축되면서 서로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으며 일본은 미완성의 경제개혁을 더 밀고 나가야 하느냐를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됐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기술주 거품현상이 지난 10년간 위축돼온 일본경제의 침체를 더욱 가속화하는데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으나 일본경제를 보는 시각을 그렇게 단순히 고정시키는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일본 경제가 위축되게 된 이유 중 외부적 요인인 아닌 자생적 요인으로서 대표적인 것은 일본의 독특한 정치경제체제를 꼽을 수 있다.

세계 2대 경제대국이 서로의 발목을 잡는 사례는 최근 나스닥종합지수의 폭락이 닛케이 지수가 16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으며 닛케이 지수의 하락은 다시 일본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추락시켰고 이는 또 미국주가의 하락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문제는 이 상황 속에 일본이 겨우 절반쯤 진행시켜온 경제개혁을 계속 추진해나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성시킬 수 있다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남아 있을 수 있으나 개혁에 실패할 경우 과거 영국 처럼 무대의 전면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완성의 일본 경제개혁은 여러가지 점에서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일본의 제조업체들은 국내에서의 임금 등 고비용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데는 성공했으나 종신고용제도는 건드리지 못한채국내 과잉 노동력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기대했던 경영효율을 달성하지 못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지난 90~98년에 일본 국내에서의 자동차 생산량은 25 %나줄었으나 종업원들에게 준 임금총액은 4.3% 밖에 줄지 않았다.

일본은 또 2년전 긴급자금수혈을 통해 경영난을 겪고 있던 은행들을 구제해 냈으나 그들이 갖고 있는 악성부채 문제는 해결을 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이것은 일본의 독특한 정치경제체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재 일본의 일부 산업 부문에서는 정치인들이 국내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시장에 개입하게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의 많은 타월 제조업체들은 국내에서의 생산비용이 급격히 증가하자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겼는데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최근 급격히 늘어나자 국내 동종업계에서는 타월 수입을 막아줄 것으로 정부에 요청하게 됐고 정부는 이 건의를 수용할지를 다음달 말 까지 결정하게된다.

중국에 진출했던 일본의 도요 테리라는 타월 제조업체의 야기 도시히로 사장은 이와 관련, 일본에서 수입규제가 이뤄지면 자사는 파산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산업의 구조조정 및 국제화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위정자들이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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