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막판협의…소비국, 신중결정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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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OPEC)는 16일(이하 현지시간) 빈에서 열리는 회원국 석유장관 회동에서 산유량을 하루 50만-100만배럴 줄이는 결정을 내릴것으로 거듭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석유 소비권은 수요 대비 세계 석유 재고가 지난 91년 이후 가장 낮은수준인데다 지난 1월 OPEC가 취한 150만배럴 감산 결정이 아직 시장에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추가 감축이 이뤄질 경우 OPEC가 목표로 하는 수급 `균형'을넘어서는 가격 상승이 초래될 것이라며 신중한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알제리 출신의 차킵 켈릴 OPEC 의장은 각료회담 참석차 14일 빈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추가 감산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원국간에 아직 "확실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의 알바로 실바 석유장관은 이날 빈에 도착해 "최소한 하루 50만배럴 생산을 줄이는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 알-누아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도 지난 12일 리야드에서 베네수엘라및 멕시코 석유장관들과 만난 후 "OPEC 기준유 값을 배럴당 25달러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감산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힌 바 있다.

OPEC의 추가감산 필요성에는 이밖에 쿠웨이트, 이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오만 및 인도네시아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엔 제재에 따라 OPEC 회원국이면서도 산유 쿼터에서 제외되고 있는 이라크의경우 하루 100만배럴을 줄여야 한다는 강경론을 펴고 있다.

오만의 모하마드 알-롬히 석유장관도 "OPEC가 추가 감산하지 않으면 공급이 하루 200만배럴 이상 초과될 것"이라면서 "잘못하면 올해 2.4분기 유가가 20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석유 소비권은 OPEC의 추가 감산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런던 소재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석유재고가 수요 대비로 지난 91년 이후가장 낮은 수준인데다 올해의 석유 수요도 온화한 기후 등으로 인해 당초 예상했던것보다 11만배럴 떨어진 수준이기는 하나 하루 141만배럴 늘어난 7천680만배럴로 추정된다면서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세계 석유공급의 40%를 담당하는 OPEC가 추가 감산을 단행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IEA 보고서는 특히 지난 1월 OPEC가 단행한 150만배럴 감산 결정이 2월부터 발효됐음을 상기시키면서 이것이 아직까지 시장에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산유량이 추가 감축될 경우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유가는 OPEC 기준유로 볼 때 이 기구의 `목표선'인 배럴당 25달러 수준에접근한 상태로 지난 12일 현재 평균 24.38달러에 거래됐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 런던법인의 석유시장 책임자인 피터 기누는 "지난 1월의 감산 효과를 분석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런던 소재 세계에너지연구센터(CGES)의 레오 드롤러스 수석연구원도 "석유시장이 결코 공급 과잉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권위있는 경제분석기구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니트(EIU)의 석유전문가사이먼 윌리엄스는 "사우디도 추가 감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시장의 신중론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따라서 "신중한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빈.런던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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