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대통령 입장 때 의원 기립 전통…박수 잦아 연설 길어지자 “자제” 제안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 대통령·총리 등 정부 수반에 대한 의회 차원의 예우는 각별하다. 미국 의회에서는 대통령이 연설을 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하면 모든 의원이 기립해 박수로 맞는다. 통로 좌우의 의원들은 앞다퉈 악수를 청하기도 한다. 기립박수를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이 의회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대통령의 의회 연설 때 기립해 박수를 치는 건 미 의회의 전통이자 관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2월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무려 60여 차례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연설이 끝난 뒤엔 몰려드는 의원들의 악수 공세로 퇴장하는 데 10분 이상 걸렸다. 기립박수가 많다 보니 이색 제안까지 나온다. 지난해 1월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대통령의 국정연설 때 너무 많은 기립박수로 연설시간이 1시간을 훌쩍 넘기는 데다 연설에 몰입하는 데 방해된다”며 “기립박수 남발을 자제하자”고 주장했다. 물론 연설 내용에 따라선 야당 의원들의 경우 기립박수에 인색한 모습도 보인다. 지난해 9월 오바마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 법안 연설을 할 당시 기립박수를 보내는 민주당 의원들과 달리 일부 공화당 의원은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하지만 이들도 입장할 때와 퇴장할 때만큼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2009년 9월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의료보험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공화당의 조 윌슨 하원의원이 “거짓말이야!”라고 외친 사건이 있었다. 하원은 윌슨 의원에 대해 비난 결의안을 채택했고, 윌슨은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총리가 정기국회 개회 때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시정방침 연설을 한다. 대통령과 달리 내각제하에서 총리는 국회 회기 중 줄곧 국회에 나와 질의·응답에 응해야 하는 만큼 시정방침 연설이나 소신 표명 연설이라고 해서 특별히 예우하는 것은 없다. 다만 일본은 총리의 연설 도중 주로 여당 의원들이 많은 박수를 보내며 격려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룰’도 있다. ‘국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돼 있는 일왕이 국회 개회식에 참석해 연설할 때는 국회의원 전원이 일어나 마중하고 연설이 끝나 일왕이 본회의장을 퇴장할 때까지 줄곧 기립한 상태로 예를 갖춘다.

■ 관련기사

"푸대접 받은 MB vs 박수 받은 오바마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