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이 빠졌다는 한국 잇몸으로 이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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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2년 연속 밀리언야드컵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한 한국팀. [사진 한국프로골프투어]

“죽어가던 일본 골프가 겨우 살았다.”

 이틀 동안 한국에 참패했던 일본팀이 승점 6.5점을 따내자 프레스룸에 있던 한 일본 기자가 독백처럼 말했다. 그러나 최정예 일본팀은 한국에 졌다. 1일 나가사키현 패시지 긴카이 아일랜드 골프장(파71)에서 열린 한·일 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인 2012 밀리언야드컵 마지막 날 싱글 스트로크(1대1 맞대결) 10경기.

 첫날 포섬(4승1패)과 둘째날 포볼(4승1무)에서 8승1무1패(승점 8.5점·승 1점, 무승부 0.5점)로 일본을 압도했던 한국은 이날 3승1무6패로 밀렸지만 승점 3.5점을 추가해 종합 승점 12-8로 일본을 꺾었다. 2연속 우승이자 첫 원정경기 승리다. 골프 한·일전 전적은 3승1패가 됐다.

 마지막 날 일본팀은 비장했다. 이사오 아오키(70) 단장은 “이제 잃을 게 없다. 공격뿐”이라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전날까지 1승1무(1.5점)에 그치자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에비사와 가쓰지 회장이 나서 긴급 미팅을 갖고 “이건 정신력과 근성의 문제다. 한국처럼 이기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승부는 싱글 스트로크 다섯 번째 경기에서 싱겁게 끝났다. 총 20경기(20점)의 최소 우승 승점 10.5점 중 8.5점을 확보한 한국은 홍순상(31)과 류현우(31)가 승리하면서 나머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두 번째 주자로 나선 홍순상은 5언더파를 쳐 다니하라 히데토(34)를 5타 차로 꺾었다. 이어 다섯 번째로 출발한 류현우가 1언더파로 다카야마 다다히로(34)를 2타 차로 누르면서 우승 샴페인을 터뜨렸다.

 맏형 격인 허석호(39)는 승리의 요인에 대해 “빅4(최경주·양용은·김경태·배상문)가 빠졌다는 언론의 수군거림이 싫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이기면 된다는 심정으로 선후배가 똘똘 뭉쳤다”고 말했다.

나가사키=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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