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12] 스타들도 물 나른다, 스페인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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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난 스페인 조직력, 사라진 호날두 원맨쇼 스페인 선수들이 유로2012 준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포르투갈을 꺾고 결승 진출이 확정되자 한데모여 얼싸안고 있다. 반면 포르투갈의 주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아래)는 얼굴을 감싸 쥐며 괴로워하고 있다. [도네츠크(우크라이나) AP=연합뉴스]

미드필더 세스크 파브레가스(25·바르셀로나)는 가장 힘들다는 승부차기 다섯 번째 키커를 자원했다. 동료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후보 골키퍼 페페 레이나(30·리버풀)는 경기 내내 벤치에 앉지 않았다. 물을 나르고 틈만 나면 주전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31·레알 마드리드)를 독려했다.

하나가 된 스페인 축구대표팀의 풍경이다.

 스페인이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28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돈바스 경기장에서 열린 유로 2012 준결승에서 스페인은 포르투갈을 승부차기(4-2)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유로 2008, 2010 남아공 월드컵에 이어 메이저 대회 3회 연속 우승에 바짝 다가섰다. 어느 팀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스페인 축구의 성공 이유는 실력뿐만이 아니다. 빨간색 유니폼에서 느껴지는 공동체 의식이다. 스페인 대표팀 23명은 실력 차이가 거의 없다. 하지만 누구 하나 베스트 11에 불만이 없다. 서로 주전 싸움을 하다 몰락한 네덜란드와 비교된다.

 페르난도 토레스(28·첼시)는 몸값이 900억원에 달하는 스타 공격수다. “나 대신 파브레가스가 선발로 나가더라도 불만이 없다. 내가 지금 스페인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는 그의 말에서 팀 분위기가 전해진다. 이날 승부차기에 들어가자 벤치에 있던 선수들은 모두 수건과 물을 들고 주전들의 긴장을 풀어주며 응원했다.

 스페인 선수들의 희생정신은 대회 내내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앙숙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도 호흡이 척척 맞는다.

이들의 진가는 특히 공격에서 빛난다. 1m70㎝에 불과한 사비 에르난데스(32)·안드레스 이니에스타(28)·페드로 로드리게스(25·이상 바르셀로나)는 장신 수비수 사이를 날쌘 물고기처럼 휘젓고 다닌다. 수비형 미드필더 사비 알론소(31·레알 마드리드·1m83㎝)와 세르히오 부스케츠(24·바르셀로나·1m89㎝)는 바위처럼 중원에 버티고 서 있다.

체사레 프란델리 이탈리아 감독이 조별리그에서 스페인과 1-1로 비긴 뒤 “체력과 기술에서 어느 하나 부족한 게 없다. 스페인을 압도하는 팀은 유로에서 없을 것 같다”고 혀를 내두른 이유다.

 스페인은 유로 2008 이후 똑같은 전술을 유지하고 있다. 빈 공간을 이용한 빠른 패스로 상대를 제압한다. 그래서 일부 언론은 ‘발전이 없다’고 트집을 잡는다. 이에 ESPN 데포르테스의 페데리코 만프리도 기자는 “유로 대회 5경기에서 1골만 내주는 수비는 어느 팀도 할 수 없다”며 “공격과 수비를 다 잘하는데 뭘 더 해야 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도네츠크(우크라이나)=김환 기자

◆유로 2012 4강전 전적

포르투갈 0 (2 PK 4) 0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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