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용 캠핑 장비 고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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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씨 가족이 규모에 맞는 캠핑 준비를 위해 컨설팅을 받고 있다. 웍앤톡의 김민기 매니저(맨 왼쪽)는 “가장 필요한 용품만 구입하면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도 캠핑 한번 가볼까?” 남편 이재진(35·동작구 사당동)씨의 말에 아내 최희정(35)씨도 흔쾌히 동의했다. 부부의 큰 아들은 다섯 살, 막내딸은 세 살로 한참 뛰어 놀 나이다. 특히 큰 아들 민호는 곤충을 좋아하고, 자연에 관심이 많아 캠핑을 가자는 말에 뛸 듯이 기뻐한다. 문제는 캠핑장비다. 이씨는 “우리 가족규모에 맞게 효율적으로 준비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캠핑은 사람이 사는 ‘집을 야외로 옮기는 일’이라고 보면 됩니다.” 아웃도어 멀티숍 ‘웍앤톡’ 김민기 매니저(대치점)의 설명이다. 여러 아웃도어 브랜드를 엄선해 판매하는 멀티숍 매장 웍앤톡에서 김 매니저가 하는 일은 레저활동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라이프 컨설팅이다.

 집을 야외로 옮길 때, 즉 캠핑을 시작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예산’이다. 아내 최씨도 “캠핑을 시작한다고 했더니, 돈이 많이 든다며 주위에서 겁부터 줬다”고 말했다. 돈이 많이 드는 첫째 이유는 별다른 지식 없이 인터넷 쇼핑몰이나 아웃도어 매장을 찾게 돼서다. 실제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가장 필요한 용품만 구입하면 예산을 낮출 수 있다고 김 매니저는 말한다. 무분별하게 용품을 권하는 일부 매장에서 4인기준으로 제시하는 예산은 500만원 선이다. 반면 웍앤톡 라이프 컨설턴트가 잡은 4인 가족 평균 예산은 200만원이다.

 김 매니저는 “집의 부엌을 예로 들면, 살림살이가 많은 것 같지만 평소에 쓰는 그릇은 정해져 있다”며 “캠핑에서도 실제 쓰는 것들 위주로 구입하면 예산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야외에 놓는 집, 텐트 선택=김 매니저가 첫 번째로 제안한 아이템은 텐트다. 야외의 ‘집’에 해당되는 만큼 가장 좋은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간혹 브랜드만 보고 텐트 구매를 결정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브랜드가 유명하고 비싸다고 품질이 좋다는 보장은 없다.

 텐트를 고를 때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절기다. 가을까지는 하계용 텐트로 족하다. 하지만 겨울까지 캠핑을 할 생각이라면 기능성 동계용 텐트가 낫다. 비와 눈에 강한 원단을 사용하고, 땅과 닿는 텐트 끝자락에는 스커트를 단 것을 고른다. 스커트는 텐트 끝에 여성의 치마처럼 달린 천을 말하는데, 외부의 찬바람을 막아주는 동시에 내부 공기를 환기 시켜준다.

 “이제 시작이니 하계용 텐트로 할까”란 이씨의 말에 김 매니저는 동계용 텐트를 권했다. ‘캠핑의 참맛은 겨울’이란 이유에서다. 겨울은 가족이 추억을 쌓기 좋은 계절이다. 살닿기를 꺼려하는 여름과 달리 옹기종기 모여 있어 가족애가 생긴다. 또 가족 수에 맞춰 4인용을 사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이 성장한 후를 대비해 5~6인용으로 구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좋은 텐트를 권하는 이유는 집에서처럼 편히 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누웠을 때 찬바람이 들어오고, 서 있을 때 허리를 많이 구부려야 한다면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없다. 예전 텐트는 안으로 들어갈 때 허리를 많이 숙여야 했지만, 요즘엔 적당히 구부리고 들어갈 수 있는 높이가 선호되고 있다.

 텐트와 마찬가지로 의자도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된 것을 고른다. 서 있을 때 의자의 팔걸이가 무릎 선에 오면 적당하다. 앉았을 때 다리를 편히 놓고 쉴 수 있는 높이다. 팔걸이가 무릎 선을 넘거나 많이 못 미치면 허리를 앞으로 숙이게 되는 등, 앉은 자세가 불편해진다.

부엌 가구 장만=캠핑에서 가장 중요한 가구는 부엌가구다. 캠핑의 주된 생활이 먹는 걸로 시작해, 먹는 걸로 끝나기 때문이다. 테이블, 의자, 그리고 버너와 코펠을 포함한 식기류는 그만큼 잘 골라야 한다.

 테이블은 바비큐 그릴이 속해 있는 제품을 사면 편리하다. 필요 없을 때는 바비큐 그릴을 분리해 두면 된다. 의자는 높이가 낮은 로우체어와 보통 의자가 있다. 김 매니저는 의자가 고민이라면 “로우체어로 식구 수에 맞게 구입하는 걸 권한다”고 말했다. 앉았을 때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고 식사 외에 차를 마실 때도 편리해서다. 테이블은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걸로 골라, 로우체어에 맞추면 된다.

 조명은 건전지가 들어가는 헤드랜턴 하나면 충분하다. “휘발유 랜턴은 화재 위험이 있어 아이들이 있는 집의 경우 추천하지 않는다”는 것이 김 매니저의 설명이다. 그가 추천한 헤드랜턴은 4개 면이 분리가 되는 ‘쿼드LED랜턴’이다. 평소엔 헤드랜턴으로 쓰다가 화장실을 가거나 실내등으로 달 때는 분리해서 휴대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이씨 가족의 첫 캠핑에 필요한 장비는 대략 갖춘 셈이다. 이 밖의 용품들은 대부분 ‘옵션’에 해당된다. 없어도 크게 불편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무에 해먹을 달고 쉬었으면 좋겠다”는 아내 최씨의 말에 김 매니저는 “캠핑장에 몇 번 다녀와 본 후 고민할 것”을 권했다. 캠핑장 주위에 해먹을 걸 나무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무 없이 접었다 펼 수 있는 해먹이 있긴 하지만, 캠핑을 직접 즐긴 후 정말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게 현명하다.

 김 매니저는 “당장의 판매 실적보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진솔한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며 “웍앤톡에서 컨설팅을 하는 매니저들은 캠핑 경험이 많아 실제로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해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그 동안 이렇게 자세히 설명해주는 곳이 별로 없었다”며 “걱정을 많이 했는데, 컨설팅을 받고 나니 의욕이 생겼다”고 말했다. “평소 큰 아들이 요리를 직접 하고 싶어 했다”고 전하는 아내 최씨는 “캠핑 가서 아빠와 함께 요리도 하고 뛰어 놀면 좋을 것 같다”며 한껏 기대감에 부풀었다.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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