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이오협회장
현재 100조원 정도인 우리나라 국가 의료비는 2020년에는 200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한폭탄과 같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의료의 축을 치료에서 예방 또는 질병 예측으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암 진단을 받고 외과적 방법이나 항암제 등으로 치료에 성공한 사람의 숫자가 1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누가 재발할지, 항암제가 내성은 없는지 등은 암 조직의 유전정보를 파악해야 알 수 있다. 결국 정보기술(IT) 기반 바이오헬스산업의 도입이 답이다. 다행히도 유전자 분석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개개인의 유전자 지도 분석 비용이 1000달러 이하가 되면 개인별 맞춤 의료가 가능해진다. 현행 치료 중심 체계와 비교할 때 약 10분의 1로 의료비가 감소하게 될 것이다.
바이오헬스 산업의 또 다른 가능성은 IT와 생명과학의 융합에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MP3플레이어·내비게이션·디지털카메라 시장이 위축된 것처럼 융합 기반 바이오헬스 산업의 대두는 전통적 보건의료 산업에 파괴적 혁신 바람을 몰고 올 것이다. 한 예로 미래의 환자는 약을 처방받을 때 스마트폰 앱을 같이 처방받게 될 것이다. 앱을 통해 복약 시점을 알려줄 뿐 아니라 알약에 깨알 같은 크기로 삽입되어 있는 식별기를 통해 투약 여부를 확인하고 그 정보를 스마트폰을 통해 전송하게 된다. 투약 여부에 따라 의료보험료를 조정하고, 복약 지도도 받을 수 있다. 제약사는 식별기가 달린 의약품의 생산뿐 아니라 앱을 통해 환자를 관리해주는 서비스업도 겸하게 된다. 이 가상의 사례는 융합 바이오헬스 생태계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혁신 중 하나에 불과하다.
차기 정부는 복지와 성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출범하게 된다. 융합 기반 바이오헬스 산업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다. 최소한 향후 10년의 계획으로 지속가능한 헬스케어 체계의 토대를 닦고, 상업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신약·의료기기 개발, u-헬스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정부가 힘을 합쳐 국가적 어젠다로 연구개발(R&D) 투자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현재의 복지예산 확대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한 복지를 위해서는 새로운 미래형 바이오헬스 산업 연구에 힘을 쏟아야 할 시점이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