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대만 4인방, '우리가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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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힘을 보여주겠다'

미 프로야구계에 대만 유망주들의 도전이 거세다. 한국, 일본과 함께 아시아 야구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대만이 이제 세계최고 수준의 미 프로야구 무대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미 프로야구의 대만 유망주들은 그들의 희망.

현재 미국에서 활약중인 대만출신 유망주는 모두 4명. 99년 싱글A 캘리포니아리그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외야수 첸친펭(24, LA 다저스), 좌완 투수 쿠오홍친(20, 다저스)과 우완 차오친후이(20, 콜로라도 로키스), 왕치엔밍(21)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중 가장 빠른 99년 미국으로 건너갔던 첸친펭은 박찬호가 그랬듯 대만선수들에게 미국진출의 물꼬를 터준 인물. 그는 미 프로야구 데뷔 첫해 하이클래스 싱글A팀인 샌버나디노 스탬피드에서 좌익수로 활약하며 타율 .316, 31홈런, 123타점, 31도루를 기록하는 대히트를 쳤다. 그는 캘리포니아리그 최초의 30홈런-30도루 선수가 됐으며 타점 리그 1위, 홈런 리그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첸을 2000년 다저스 유망주 순위 1위, 마이너리그 유망주 톱100에서 전체 14위에 올려놓으며 그를 마이너리그 엘리트급으로 인정했었다.

그러나 2년차 징크스탓이었을까 프로 2년차였던 지난해 더블A 텍사스리그 샌안토니오 미션스로 올라간 첸은 빠르면 9월경엔 대만 최초의 빅리거가 될 것이라던 주위의 기대와는 달리 슬럼프에 빠졌던 5월부터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며 그저그런 성적으로 시즌을 마쳐 사람들로 하여금 그가 진짜 유망주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지난시즌 기록은 타율 .277, 67타점, 6홈런, 23도루로 타격 모든 부문에서 현저한 기록의 저하를 보였다.

그러나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그를 다저스 유망주중 재능과 파워가 가장 뛰어난 선수라며 올해 다저스 유망주 순위에서 2위로 꼽아 그에 대한 변함없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가 대만 최초의 빅리거가 될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는 상태.

빛의 99년과 어두움의 2000년을 지나온 첸. 이제 그는 진짜 첸이 누구냐를 묻는 사람들에게 그 정답을 말해줄 때가 되었다.

첸의 대활약으로 메이저리그 각 구단 스카우트들의 눈길이 대만으로 쏠렸던것은 불문가지의 사실. 첸을 획득했던 선발주자 다저스는 대만 최고의 좌완 유망주였던 쿠오마저 다저스 유니폼을 입히는데 성공 대만 유망주 시장에서 큰 소득을 올렸다.

99년 6월 125만달러를 받고 다저스와 계약했던 쿠오홍친은 좌완이면서 최고 시속 98마일(158킬로미터)의 광속구를 던질 수 있는 파워피처의 전형이다. 그의 이러한 능력치에 높은 점수를 준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프로야구 경험이 없던 그를 2000년 다저스 유망주 랭킹에서 3위에 올리기도 했다.

쿠오는 그의 미 프로야구 데뷔전에서 그가 어떤 선수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하이클래스 싱글A 샌버나디노에서 시즌을 시작한 그는 선발 첫등판에서 3이닝 동안 9명의 타자를 맞아 무안타 무볼넷에 7명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타자들을 압도해버렸다.

그러나 경기중 왼쪽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던 쿠오는 3이닝을 끝으로 첫등판을 끝냈고 그것으로 그해 등판은 끝이었다. 경기 후 검진에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던 쿠오는 그해 4월 프랭크 조브 박사로 부터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쿠오는 현재 예상보다 회복속도가 빨라 하이클래스 싱글A 레벨인 플로리다 스테이트리그의 베로비치 다저스에서 시즌을 시작할 예정이다.

빅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빠른볼을 갖고있는 그는 컨트롤과 함께 커브와 체인지업 구사력을 향상시킨다면 미래 다저스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대형선수다.

한편 같은 지구의 라이벌 다저스가 박찬호와 노모 히데오에 이어 대만의 첸친펭에 이르기까지 극동 지역 스카우팅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데 자극받아 대만시장 공략에 나섰던 로키스는 먼저 쿠오에게 눈독을 들였으나 다저스에 그를 뺏기고 말았다. 결국 로키스는 220만달러라는 당시 구단 신인 계약금 최고액을 지불하여 우완 최고 유망주였던 차오를 잡을 수 있었고 그 결과는 대박이었다.

지난시즌 대만 4인방들의 선두주자는 단연 차오친후이였다. 빠른볼에만 의존하는 스타일인 쿠오와는 달리 최고 96마일(155킬로미터)의 빠른볼에다 이미 메이저리그급의 슬라이더와 커브까지 던질 수 있는 그는 현재 마이너리그 투수 최고 유망주 대열에 들었다.

지난시즌 싱글A 애쉬빌 투어리스트 소속으로 24경기에서 11승8패, 방어율 2.73, 탈삼진 187개를 기록하며 탈삼진 부문 리그 공동 2위 및 방어율 부문 4위에 올랐던 그는 사우스애틀랜틱리그 그해의 투수로 뽑히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그를 올해 로키스 유망주 1위로 선정하며 그의 화려한 미래를 예상했다.

끝으로 지난해 6월 210만달러를 받고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구단인 양키스에 입단했던 왕치엔밍은 구위면에서는 쿠오나 차오에 못미치나 마운드 운용 능력은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선수.

최고 구속 94마일(151킬로미터)의 빠른볼에 수준급의 슬라이더와 스플리터의 레퍼토리를 갖고있는 그는 싱글A 단기시즌인 뉴욕-펜리그 스태튼 아일랜드 양키스에서 14경기에 선발등판 87이닝을 던져 4승4패, 방어율 2.48, 볼넷 21개, 탈삼진 75개를 기록했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왕을 양키스 유망주 순위 13위로 평가했다. 양키스가 아닌 다른 구단에 속해있었다면 충분히 5위권에 들 수 있을 수준이다.

이들 4인방이 앞으로 메이저리그의 대만야구사를 어떻게 써나갈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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