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바이오 기술 상업화 선점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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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북부 스코틀랜드 지방의 에든버러시에서 남서쪽으로 11㎞ 떨어진 곳에 있는 로슬린연구소. 바로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가축유전자 연구소다. 우리에겐 세계최초의 복제 양(羊) ''돌리'' 로 알려진 곳이다.

이곳에선 요즘 조그만 변화가 일고 있다. 지난 80여년 동안 가축 유전공학연구에서 나온 기초기술들을 하나씩 상업화하고 있는 것.

"그동안 연구소는 동물유전공학의 기초연구에 매진해 왔는데 이제는 그 결과를 상업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해리 그리핀 연구소 부소장의 말이다.

연구소의 자회사인 제론 바이오메드사가 복제에 필요한 난세포와 복제배아의 수를 상당히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복제기술 등을 상업화하려 하고 있다.

그동안 수백건의 특허를 출원하고도 자체적으로 상품화하기보다 바이오(생물) 연구결과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데 주력했던 과거와는 다른 정책이다.

바로 2003년 7백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 바이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변신 노력이다.

영국은 지난 10여년간 매년 7억파운드(약 1천2백60억원) 이상을 바이오 기초기술연구에 쏟아부었다. 그 결과 세계정상급 바이오 기업만 5백여개에 달하고, 지놈 관련 기술면에서 미국에 대적할 유일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유럽 바이오 산업만 따지면 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다.

1999년 기준으로 미국내 바이오 관련 특허출원이 3백8건에 달하는데, 이는 일본(7백89건) 에 이어 세계 2위다. 이같은 영국 바이오 산업의 힘은 산학협동에서 나온다.

영국 기초과학의 산실인 케임브리지대 주변에는 3천5백개의 첨단 벤처기업이 자리잡고 있다. 케임브리지 사이언스파크 주위에는 생거센터와 LMB, 바라햄 등 세계 최고수준의 민간 바이오연구소도 자리잡고 있다.

특히 자연과학대학인 트리니티 칼리지는 아예 대학과 기업이 한몸이다. 칼리지 주변에는 60여개 벤처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는데, 기업의 연구결과가 학생들에게 전달되고 학생과 교수의 연구결과는 곧바로 상업화된다.

지난해 7월에는 이곳에서 탄생한 지노믹스사가 미 나스닥에 상장돼 돌풍을 일으켰다. 지노믹스는 인간의 질병에 관계 있는 70개의 단백질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는 세계적 생명공학기업. 이같은 사이언스파크는 영국에만 모두 48개가 있고 주변에 있는 기업은 1만여개에 달한다. 이중 10% 정도가 바이오 관련 업체다.

영국의 바이오 기술 이면에는 기초연구를 아낌없이 지원하는 민간기구가 있다. 런던 중심부 유스턴가에 있는 웰컴트러스트는 자산만 2백25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의학연구분야 민간지원단체다.

현재 42개국 3백여곳에서 5천여명의 연구진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연구진과 함께 지놈 프로젝트를 완성한 생거연구소 역시 웰컴트러스트의 지원을 받는다.

바이오기술연구센터(BBSRC) 는 바이오 기초기술 연구만을 위해 설립된 민간기구. 특히 대학의 바이오 기초연구를 중시한다. 지원규모가 매년 1억8천만파운드에 달하는데 모두 민간기업이나 독지가에게서 돈을 받아 재정을 충당한다.

로슬린연구소에만 매년 2백만파운드를 지원한다. 이밖에 3백50년의 역사를 가진 왕립학회와 2백년이 된 왕립연구원도 의학과 바이오 관련분야 기초연구를 집중지원한다.

왕립학회의 대외담당국장인 브라이언 힙 교수(케임브리지대) 는 "영국 바이오의 기초는 끊임없는 민간단체의 후원과 산학협동으로 다져졌고 이제 그 열매를 맺을 날이 왔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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