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인 정책평가사 시험 101명이 답 미리 알고 응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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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시험문제 사전 유출에, 시험장에서는 커닝 페이퍼가 돌고, 부정행위를 한 수험생은 공무원.대학교수.시민단체 간부…. 지난해 11월 28일 서울에서 치러진 국가공인 자격 시험장의 모습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4일 국가공인의 정책분석평가사 자격 시험을 운영하면서 시험 부정을 저지른 혐의(업무방해 등)로 정책분석평가사협회 대표 박모(51)씨 및 협회 간부 유모(37)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D대학 교수인 박씨는 사단법인 정책분석평가사협회의 대표로 있으면서 2000년 정책분석평가사라는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강의를 개설했다. 공공 단체와 민간 부문의 정책과 사업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목적이었다. 정책분석평가사는 2003년 2월 국가 공인으로 인정받았다.

협회 간부 유씨는 박씨에게서 수강료의 20%를 받는 조건으로 수강생을 모집했다. 유씨는 서울 유명 사립대학의 행정대학원이나 특수대학원에 다니는 인사들에게 접근해 서울 모 구청의 3급 공무원, 대학 외래교수, 시민단체 간부, 경찰 간부, 중소기업 대표, 군 장교 등 101명을 수강생으로 모집했다. 1인당 80여만원씩 수강료만 1억원이 모였다.

그러나 자격 시험은 엉터리였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정책분석평가사협회가 주관해 157명이 응시한 시험에서 수강생들에게 1차 시험을 면제해줬고, 2차 시험에서는 자신이 만든 논술 문제와 답안을 수강생 101명에게 e-메일로 보낸 뒤 시험을 치르게 했다.

37명이 합격했고, 문제와 답을 알고도 준비를 제대로 못한 60여 명이 부정행위를 하다가 적발돼 불합격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승현 기자

*** 반론

본지는 3월 25일자 '157명 본 국가 공인 정책평가사시험 101명이 답 미리 알고 응시' 제하의 기사에서 "정책분석평가사협회 회장 박모씨가 지난해 11월 협회가 주관했던 시험에서 수강생들에게 1차 시험을 면제해 줬고, 2차 시험에서는 자신이 만든 문제와 답안을 수강생 101명에게 e-메일로 보낸 뒤 시험을 치르게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씨는 "1차 시험 면제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고, 합격자를 공정하게 선발했으며, 수강생들에게 문제와 답을 알려준 적이 없고 문제 유출은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반론을 제기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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