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명부 유출, 공천으로 불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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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새누리당 당원 220만 명의 명부 유출사건이 4·11 총선 공천 과정의 도덕성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당원 인적사항이 담긴 명부가 공천을 신청한 예비 후보자 8명 안팎에게 전달됐고, 이 중 2명이 공천을 받아 1명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으로 20일 확인되면서다.

 복수의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날 “당원 명부를 넘겨받은 예비 후보 7∼8명 중에서 2명이 공천을 받았고, 이 가운데 1명은 낙선하고 나머지 1명은 당선됐다”고 말했다. 당선된 사람은 울산 지역의 초선 의원, 낙선자는 충북 청주 흥덕을에서 민주통합당 노영민 의원에게 패한 박근혜계 김준환 후보가 지목됐다. 당사자들은 “명부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새누리당은 부정 경선의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당원 명부가 (공천)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면 안 된다”며 “(경선을 하면) 선거인 명부를 경선 이전에 다 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당원 명부가) 유출된다고 해도 크게 형평성을 저해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경선이 아닌 전략공천으로 후보가 된 울산의 초선 의원과 관련해선 “전략공천은 당원 명부 유출과 큰 관련이 없다”(진상조사대책팀장 박민식 의원)는 게 새누리당의 입장이다.

 그러나 치열한 공천 경쟁 과정에서 당원 명부가 특정 후보들에게 전달된 것만으로도 새누리당은 도덕성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당 안팎에선 총선 당시 당을 이끈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임론도 거론되고 있다. 비(非)박근혜계 대선주자인 이재오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합)진보당이 당내 부정선거 때문에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지 않았느냐”며 “당원 명부를 허술하게 관리했던 (총선) 당시의 지도부가 전부 책임을 져야 하고, 만약 그 명부를 이용해 국회의원이 됐다면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원 명부가 유출돼 국회의원 선거까지 이용되는 판인데 이 명부에 기초해 대선 경선을 하자고 하면 그걸 누가 승복하겠느냐”며 현행 경선 룰 변경을 요구했다.

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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