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주식 전환은 왜] 사채발행 숨통 틔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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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외자유치와 유상증자 등을 통해 빚을 줄여왔다. 1997년 4백%에 육박했던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99년 2백15%로 낮아졌고, 이자보상배율은 0.9에서 1.2로 높아져 장사해서 번 돈으로 겨우 이자를 낼 만한 수준이 됐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은 대만(80%, 4.5).싱가포르(93%, 5.3)에 크게 못미친다. 그나마 상당수 기업들은 부채의 절대규모는 줄어들지 않은 채 자산재평가나 보유주식에 대한 평가이익으로 장부상 부채비율을 낮추기도 했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떨어져도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과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따라서 기업들이 주식을 발행해 돈을 모으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으로 은행빚을 갚으면 부채비율을 낮추면서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부채 전환방안에 대한 용역보고서를 준비 중인 서울대 이창용 교수는 "최근 증시상황으론 기업들이 유상증자하기가 어려우므로 주식보다 손해볼 위험이 작은 주식 관련 사채나 우선주 제도를 고쳐 기업이 이의 발행을 쉽게 하고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방안 제시가 필요하다" 고 밝혔다.

일정기간이 지난 뒤 주식으로 바꿔주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주식보다 주가등락에 따른 위험이 작다. 주가가 오르면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해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위험도는 주식과 채권의 중간쯤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상품은 일부 기업의 대주주들이 변칙 상속과 증여 수단으로 악용하는 문제점이 나타나자 감독당국이 발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다. D증권 채권팀장은 "CB를 발행할 때 주식발행과 같이 할인발행을 허용하고 전환가격을 낮게 잡을 수 있도록 하면 CB 발행이 늘어날 것" 이라고 말했다.

주식 관련 사채에 대한 수요를 늘리기 위해 기관투자가의 CB.BW 전용펀드 조성을 활성화하는 것도 검토 대상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CB.BW를 많이 집어넣는 펀드에 대해선 세제상 혜택을 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주식 관련 사채를 시가평가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우선주란 의결권을 주지 않는 대신 배당을 조금 더 주고 회사가 청산할 경우 남은 재산을 나눌 때 우선권을 주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국내에선 상법에서 남은 재산을 분배할 때 우선권을 주는 것을 막고 있다. 중앙대 오규택 교수는 "미국에선 벤처기업이나 신용이 약한 기업들이 우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며 "우선변제권을 줌은 물론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거나 의결권이 있는 우선주도 나와야 한다" 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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