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프로야구 메리트시스템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프로야구 시즌 때 A구단은 선수들의 사기를 높인다며 4억원 이상을 보너스로 지급했다. 그러나 시즌 후반 그 약효가 떨어지면서 결국 한국시리즈 문턱을 넘지 못했다.

또 하위권인 B구단은 지난해 6월 한달간 승률 5할을 올리면 2억원을 주겠다고 했다.

각 구단 단장들이 2년 전 '선수의 기량은 1백% 연봉으로 평가받아아 한다' 는 취지로 메리트시스템을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막상 시즌이 시작되면 '그런 합의가 언제 있었느냐' 는 듯 합의가 보기좋게 깨졌다.

승리지상주의에 물든 일부 구단이 시즌 중 암암리에 메리트시스템을 적용하면 곧 이어 다른 한 두 구단이 합의사항을 어긴다.

그러면 나머지 구단들도 선수들의 사기를 고려해 하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따라하게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프로야구의 긍정적인 발전은 더 멀어진다. 그 돈으로 차라리 연고지의 초.중.고 야구팀을 지원했다면 한국프로야구의 저변이라도 훨씬 탄탄해졌을 것이다. 프로야구의 메리트시스템이 성행한 것은 프로야구 전체의 흥행보다 성적에 매달리는 구단과 연봉 이외의 보너스를 바라는 선수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월별 승률이 5할을 넘었을 때 메리트로 지급하는 보너스, 2연승부터 1승당 얼마씩 선수단에 지급하는 연봉보너스가 많다. 경기마다 '안타 하나에 얼마, 삼진 하나에 얼마' 하는 식의 보너스도 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마약과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구단에는 보너스에 의존해 성적을 올려보려는 바람직하지 못한 습관이 생기게 한다.

또 선수들에겐 승리수당이 걸려있지 않은 경기에서 태업하거나 몸을 사리게 만들기도 한다. 구단이나 선수들이나 결코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다.

원칙을 지키려고 애쓰는 쪽이 오히려 피해를 봐서야 사회의 기초가 제대로 다져지겠는가.

※ 김종 - 수원대 체육학부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