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우주복 만들고, 가방 디자인 … 신문은 만능 놀이교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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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취학 아동들을 위한 NIE는 ‘신문과 친해지기’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 강주영(7·왼쪽에서 둘째)군과 심선우(5·왼쪽에서 셋째)군이 신문 사진을 활용해 창의력을 발휘해봤다.

■신청 사연=“유아들도 NIE를 할 수 있을까요? 아이가 어린 시절부터 신문을 재미있는 교재라고 생각하게 도와주고 싶어요. 기사 읽기는 엄두도 못 내지만, 신문과 친해질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알려주세요.”

경기도 김포시에 사는 신주희(39)씨와 박승교(39)씨는 각각 5살, 7살짜리 아들과 NIE를 시도하고 싶어한다. 교육에 관심이 많아 독서 지도나 NIE 방법에 대한 책도 여러 권 사서 읽었다.

박씨는 “독서 지도는 아이의 연령에 맞는 책을 골라 함께 읽어주면 되는데, NIE는 시도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하소연했다. “신문에서 어떤 기사를 골라야 할지, 기사를 보며 아이와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지 막막하다”고 했다. 신씨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엄마는 기사 내용을 들려주고 싶은데, 아이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는 NIE 방법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NIE에 주목한 이유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길러주고 싶어서다. “NIE는 ‘답이 없는 교육’이라고 하잖아요. 아이들이 신문을 활용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요. 시사 상식이나 글쓰기 지도가 아니라 창의력을 길러주는 NIE 방법이 궁금합니다.”

■이렇게 하세요=두 어머니의 궁금증을 해결해주기 위해 박영란(40) NIE 전문 강사가 나섰다. 박 강사는 “아이가 어릴수록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정서를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라”고 말했다. 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고 대화를 나눌 때도 ‘이 사람 기분이 어떤 것 같니?’ ‘왜 이런 표정을 지었을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등 감정에 대해 질문하는 게 좋다. 이에 반해 10세 이상 아이에게는 ‘이 사진은 어떤 계절에 찍었을까?’ ‘하늘 모습을 보니, 날씨가 어떨 것 같니?’와 같이 사실적인 정보를 관찰할 수 있게 이야기를 끌어가야 한다. 박 강사는 “‘미운 네 살, 미운 일곱 살’같은 표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시기에는 아이의 감정이 매우 발달해 주변 어른들과 마찰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엄마는 신문 사진을 놓고 아이의 마음 상태를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자세로 NIE에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NIE 방법도 단순하다. 신문에 담긴 콘텐트를 활용할 때는 기사가 아닌 사진을 주로 이용하면 된다. ‘신문지’로 아이와 함께 그리기나 만들기를 하는 방법도 있다. 박 강사는 “깨끗하게 읽고 보존해야 하는 책과 달리, 신문은 아이가 마음껏 찢고 오릴 수 있는 종이”라며 “신문지로 아이가 원하는 옷이나 가방 등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정서 표현의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말풍선 넣기=신문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이 등장한다. 아이의 눈에 비친 모습에 대해 물어보고 말풍선을 채워가면 된다. 주의할 점은 ‘사실 정보’를 알려주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아이가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 물난리가 나서 구명보트를 타고 이동하는 이재민의 모습을 보고 ‘재미있겠다’고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왜 그렇게 느꼈는지, 자신의 어떤 경험 때문에 이런 해석을 했는지를 표현할 수 있게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시 짓기=인터뷰 기사에서 인물의 직업이나 캐릭터를 부각시킨 설정 사진, 날씨나 계절을 표현한 사진은 ‘시 짓기’의 좋은 자료다. 사진 속에 비유와 상징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방송국 PD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과 사방으로 뻗친 나뭇가지와 함께 촬영한 사진 속에서는 ‘세상을 향한 다양한 호기심’이 나뭇가지로 표현된 셈이다. 이런 사진을 스크랩한 뒤 ‘나무’ 혹은 ‘호기심’을 주제로 시를 지어보면 된다. 박 강사는 “시는 분량의 제한을 두지 말고, 단 한 줄이라도 사진 속 상황에 빗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조언했다.

■비교하기=신문 사진에는 피사체의 생생한 실제 모습이 담겨 있다. 아이가 그림책에서 본 대상을 신문 사진에서 다시 확인하며 상상했던 모습과 실제 모습을 비교하는 활동도 가능하다. 다양한 동물과 식물, 각종 자동차와 첨단 기기 등을 신문에서 찾아보고 그림책에서 본 것과 어떤 면에서 같고 다른지 설명해보면 된다. 비교하고 설명하는 것이 어렵다면 분류하기 활동만 해도 의미가 있다. ‘동물원 만들기’ ‘식물원 만들기’ ‘전자상가 만들기’처럼 신문 사진을 비슷한 범주들끼리 묶은 다음 큰 종이에 붙여보는 식이다.

■만들기=유아들은 신문 종이를 활용하는 것도 훌륭한 NIE다. 종이 사이즈가 넉넉하고 재질이 부드럽고 가벼워 아이가 마음대로 접고, 찢어가며 마음에 드는 물건을 만들어볼 수 있다. ‘우주인’과 관련된 기사나 책을 읽은 아이라면, 신문 종이로 ‘나만의 우주복’을 만들어보게 하는 식이다. 가방이나 지갑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에게는 신문지로 자신의 가방과 지갑을 디자인해보게 하면 된다. 박 강사는 “간단한 것도 만들기를 해보면 완성하기까지 여러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며 “이런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가면서 사고력과 창의력이 길러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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