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의 둔재’ 버핏 이번에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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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워런 버핏(Warren Buffett) 회장의 예언이 번번이 빗나간 곳이 딱 하나 있다. 부동산시장이다. 그는 2009년부터 부동산시장이 곧 회복될 거라며 부동산 관련 회사 투자에 몰두해 왔다. 그러나 살아날 듯하던 부동산시장은 바닥을 모른 채 추락했다. 그런데 버핏이 또 한번 부동산시장 회복에 베팅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 그가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미국 5위 주택담보대출(모기지) 회사인 레지덴털 캐피털(레스캡)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다. 버핏이 제시한 인수가격은 총 38억5000만 달러(약 4조4600억원)에 달한다.

 레스캡은 2006년 자산이 130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덩치 큰 회사였으나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후 파산 위기를 맞으며 몸집이 157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버핏은 2009년 상업용 부동산 임대업체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엔 벽돌생산업체까지 사들였고 이번엔 주택담보대출 업체인 레스캡에까지 손을 뻗쳤다. 『워런 버핏의 비즈니스와 투자의 비결』의 저자인 제프 매튜스는 “부동산시장에 대한 버핏의 예언이 번번이 빗나갔지만 이번엔 그가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고 확신한 듯하다”고 말했다.

 시장지표도 버핏의 베팅을 뒷받침하고 있다. 부동산시장 조사업체인 리얼티트랙에 따르면 은행의 주택 압류건수가 20개월 연속 떨어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 3월 집값은 1.8% 상승해 20년래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사상 최저 수준의 모기지 대출 금리도 주택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버핏은 지난 2월 버크셔해서웨이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주택 공급보다 가구 수가 더 빠르게 늘고 있어 주택시장이 머지않아 회복될 게 확실하다”고 예상한 바 있다.

 버핏이 모기지 회사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후 월가의 대형 은행들이 모기지 사업에서 속속 손을 떼고 있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아예 신규 모기지 대출을 중단했다.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은행감독규정도 대형 은행이 모기지 상품을 취급하기 어렵게 했다. 이 때문에 모기지 시장은 프레디맥이나 페니메이처럼 파산위기에 몰려 국영기업이 된 회사가 주도해 왔다.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없는 회사에 투자하는 걸 원칙으로 삼아온 버핏으로선 구미가 당길 만한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여기다 부동산시장만 회복된다면 헐값에 사들일 모기지 대출 자산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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