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SK 임재현 배짱 두둑 '살림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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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시집가 부잣집 안방을 차지한 것이 좋은 일만은 아니다.

배재고-중앙대를 거치면서 최고 가드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프로농구 SK의 신인 가드 임재현(사진)은 올시즌 프로진출 이후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임선수가 지난해 우승팀인 데다 선수 구성이 화려하고 구단 지원도 든든한 SK에 입단하자 부러워했으나 사정은 달랐다.

SK는 자존심 센 서장훈, 서장훈에게 경쟁 의식을 느끼는 외국인 선수 재키 존스, 지난해 최고 슈터 대열에 오른 조상현, 공격과 수비를 겸비한 공헌도 1위 하니발이 주전 선수다.

여느 팀에 가면 모두 에이스로 뛸 만한 뛰어난 선수들이지만 서로 협력해 팀 플레이를 펼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신인 가드로서 임재현은 이런 선수들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해 SK의 주전 가드였다가 입대한 황성인은 경기 중 이들 네 선수가 서로 공을 달라고 요구하자 이적하고 싶다는 고민을 내비칠 정도였다.

이런 SK가 우승까지 했으니 새로 팀의 살림을 맡은 임재현은 더욱 고달팠다.

잔소리 많은 엄한 시어머니를 네명이나 둔 임선수가 초반 부진한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임선수는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식으로 지내기에는 기량이 뛰어났다. 임선수는 시즌 중반을 넘으면서 배포를 키우며 서서히 경기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임선수는 22일 현재 평균 11.3득점, 5.1어시스트, 3.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하위권으로 처졌던 팀을 3위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황성인이 기록한 10.2득점, 4.8어시스트, 3.0리바운드보다 빼어난 성적이다.

플레이오프를 앞둔 SK는 임선수의 달라진 배포에 2년 연속 우승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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