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자금이탈 심화…금융시장 불안정성 증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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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증폭되고 있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권의 금리인하가 전체 금융권으로 확산되면서 시중의 여유자금들이 마땅한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해 떠돌고 있다.

전날 국고채시장에서는 한국은행 총재의 `과열기미'발언 이후 수익률상승세가 지속되자 시장 참가자들간에 `무조건 팔고보자'는 투매현상이 빚어졌다.

여유자금을 갖고 있는 개인이나 기관들은 세부담이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경우 실질금리수준이 2%내외로 떨어진 은행권에서 이탈해 2금융권을 노크하지만 안전과 수익성을 갖춘 금융상품을 찾긴 힘들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잇따라 수신금리를 6%대로 끌어내리면서 1년 이상 정기예금이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은행권의 예금이탈이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을 벗어난 자금들은 대표적인 초단기형상품인 투신의 MMF(머니마켓펀드)에 최근 하루 1조원 가까운 돈이 몰리고 있다.

MMF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은 장단기 금리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가 쉽다는 이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MMF에는 금융기관자금도 가세했다.

현재 5.1% 수준인 콜로 운용하는 것보다 금리가 높기 때문이다.

장기금리가 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최근 힘을 얻고 있는 것도 MMF로의 자금집중을 부추기고 있다.

MMF보다 금리가 다소 높은 은행신탁(9-10%)의 추가금전신탁이나 신노후연금신탁,투신의 채권투자신탁(8%이상)도 자금이 몰리는 대표적인 금융상품이다.

은행금전신탁은 이달들어 1조9천억원 늘었으며 장.단기 채권형투자신탁은 3조3천억원 증가했다. 은행신탁이나 채권투자신탁이 그나마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과거 편입해놓은 고금리 금융상품 때문이다.

상호신용금고의 1년이상 정기예금 금리도 현재 9%내외여서 관심을 끌고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도 저금리시대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위험부담이 커 본격적인 유입을 점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한국은행은 콜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중의 부동자금이 기업자금으로 선순환하기를 기대했으나 당초 기대와는 달리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자금이 2금융권으로 옮겨가면서 수요기반은 늘었지만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에 대한 수요는 일부 우량기업으로 제한돼 있다.

CP와 회사채시장에서 기준물과 여타 다른 등급과의 금리격차가 오히려 확대되거나 더 이상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은 향후 경기전망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시중의 부동자금이 기업으로 흘러가는 자금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기업.금융 구조조정과 미국 경기회복 등 향후 경기전망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진병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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