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도록, 인터넷 활용하면 안되나

중앙일보

입력

한겨울에 뜸했던 미술전시회가 다시 활발해지면서 전시작품 원색사진을 담은 도록이 홍수를 이룬다.

전시회 3곳중 2곳은 도록을 만들고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곳에는 다 돌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급용지에 칼라인쇄로 수천부씩 제작되는 도록들이 결국 버려지고 만다는 점이다. 20쪽짜리 도록 2천부를 찍으면 적어도 2백만원, 쪽수를 조금 늘리면 5백만원이 든다.

오는 4월 전시회를 여는 한 중견작가는 60쪽짜리 도록 8천부를 찍을 계획이다. 제작비 3천3백만원, 우편발송비 4백만원(한부당 5백원)을 쓸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대규모 회고전을 하는 경우에만 도록을 만든다. 전속작가가 있는 큰 화랑은 몇년에 한번씩 해당작가의 도록을 제작한다.

양쪽 다 판매용이다. 얇은 도록 한권이 20-30달러씩 한다. 그러니 필요한 사람만 사서 보관하게 된다.

그럼 통상적인 전시회 홍보는? 안내엽서 한장이 전부다. 엽서엔 전시개요와 화랑과 작가의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가 들어있다. 홈페이지엔 해상도가 높은 그림파일과 해설이 들어있다.

인터넷 보급률이 미국보다 훨씬 높은 한국에서 오히려 오프라인으로 도록을 찍어야 한다는 건 아이러니다. 이러니 가난한 작가들도 개인전 한번 제대로 하려면 수백만원씩 지출해야 한다.

엽서 한장만 보내면 성의가 없고 전시가 대단치 않다는 인상을 받는 우리의 풍토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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