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로바 새 앨범 '거울을 통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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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라면 누구나 크라이슬러 등 앙코르곡으로 즐겨 연주하는 가벼운 소품을 엮은 앨범 하나쯤은 녹음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러시아 태생의 빅토리아 뮬로바(41.사진)의 경우는 다르다.

비니아프스키.차이코프스키.시벨리우스 콩쿠르를 차례로 석권하고 스타덤에 오른 그는 20년 가까이 앙코르 앨범 녹음을 거절해왔다. 그러던 그가 필립스 레이블로 크로스오버 앨범 '거울을 통해서(Through the Looking Glass)' 를 낸 것은 전혀 뜻밖의 일이다.

오는 11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뮬로바의 내한공연도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로 꾸며지는 크로오버 무대다. 라벨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소나타' 를 제외하면 재즈.팝.록음악으로 프로그램이 빼곡하다.

앨라니스 모리세트의 'All I Want' , 비틀스의 'For Your Blue' , 비지스의 'How Deep Is Your Love' , 마일스 데이비스 'Robot' , 듀크 엘링턴의 '일본 주제에 의한 즉흥곡' , 웨더 리포트의 'Teen Town' ….

팝이든 재즈든 동시대의 음악을 편곡해 연주하는 것은 바이올리니스트 야사 하이페츠(1901~87)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사실 이번 앨범의 밑그림은 뮬로바가 독주회 무대에서 하이페츠의 편곡을 즐겨 연주하는 것을 눈여겨 보던 그녀의 남편 첼리스트 매튜 발리가 편곡에 착수하면서 구상된 것이다.

뮬로바는 모스크바 중앙음악원에서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제자인 볼로다 브로닌을 사사하고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서 명교수 레오니드 코간에게 배웠다.

83년 핀란드 공연 도중 미국으로 망명, 로린 마젤.리카르도 무티.오자와 세이지 등과 협연했으며 현재 필립스 레이블 전속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쇼더비에서 매입한 스트라디바리우스 '포크(Falk)' 로 연주한다. 이번 공연에는 3명의 타악기 주자와 기타리스트.피아니스트가 함께 무대에 선다. 02-598-8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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