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횡령예산은 불용액·이자"

중앙일보

입력

임동원(林東源)
국정원장은 20일 안기부자금 파문과 관련, "안기부 계좌에서 (총선자금으로)
인출된 예산은 총 1천197억원으로, 안기부 예산 불용액과 예산의 정기예금 예치에 따른 이자 등으로 충당됐다"고 밝혔다.

임 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정보위 답변에서 "1천197억원이 제15대 총선을 앞두고 지난 95년 5월부터 96년 1월까지 총 19회에 걸쳐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 것으로 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문희상(文喜相)
의원이 전했다.

임 원장은 안기부예산 인출 내용에 대해 "지난 95년 5월 상업은행과 투신사 등 4개 금융기관으로부터 257억원, 95년 10월 상업, 국민은행과 투신사 등 4개 금융기관으로부터 140억원, 96년 1월 주택, 서울은행 등 7개 금융기관으로부터 800억원이 각각 인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 93년부터 95년 당시 재경원에서 분기별로 안기부 예산을 배정 받아 정기예금으로 예치하다 필요시 인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자 등이 600억-700억원 정도됐고, 예산불용액이 300억-400억원 정도된다"면서 "이자와 예산 불용액이 국고에 반납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사실은 안기부 감찰실 등을 통해 당시 회계관계관 등을 자체 조사한 결과 확인한 것이며, 현재 전계좌에 대해 확인작업중"이라며 "안기부 예산이 인출된 계좌에 외부 자금이 유입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임 원장은 특히 "이같은 예산 인출에도 불구, 안기부 본연의 임무수행에 따른 예산상의 문제가 없었다"면서 "이는 정치권으로 유출된 예산이 불용예산과 이자로 충당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 94년 국회 정보위가 설치된 이후에는 불용액을 전액 국고에 반납하고 있으며, 97년부터 분기별 예산 수령을 하지 않고 필요시 월 3-4회 분할 수령해 이자 발생이 거의 없는데다 이자가 발생하면 국고에 반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그는 "지난 94년에는 불용액이 161억1천여만원, 95년은 19억8천여만원, 96년 15억4천여만원, 97년 14억6천여만원 등의 불용액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문희상 의원은 이에 대해 "국가 예산을 선거자금으로 주고 이자놀이 등을 해서메웠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1천197억원이 빠져나가도 인건비 등 경상경비 등의집행에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은 불용액과 이자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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