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야드 … 청야니보다 더 날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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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 3년 차인 이성운이 국내 여자골프 장타자의 새로운 지존으로 떠올랐다. 그의 등장으로 KLPGA 투어의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가 270야드대로 껑충 뛰었다. 그는 “장타 치고 성적도 오르니 격려하는 팬들도 많아져 골프가 더 재미있어졌다”고 말했다. [사진 KLPGA]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여자 괴물’이 출현했다. 올 시즌 드라이브샷 부문 1위에 올라 있는 이성운(23·비씨카드)이다.

 1m70㎝의 장신인 이성운은 2010년 투어에 데뷔한 선수다. 당시에도 드라이브샷 부문 1위(258야드)에 오르며 장타를 뽐냈다. 하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11개 대회에서 기록한 최고 성적은 공동 17위였다. 상금랭킹 83위에 머물며 ‘장타만 치는 선수’란 오명을 얻었다. 투어 카드도 잃었다.

 지난해 2부 투어에 머물다 상금 랭킹 2위로 다시 돌아온 이성운. 그가 놀라운 변화를 몰고 왔다. 올 시즌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는 275야드로 1위이고, 페어웨이 적중률 17위(81.43%), 그린 적중률도 22위(75%)로 샷이 정교해졌다. 드라이브샷은 2010년 대비 20야드 가까이 늘었다. 국내 여자 프로 무대에서 투어 기록상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를 270야드대로 끌어올린 선수는 이성운이 처음이다.

 이성운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때리는 건 자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스윙궤도를 너무 신경쓰면서 샷이 망가졌다”며 “새 스윙 코치를 만난 뒤 80~90% 정도의 파워로 스윙하면서 샷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샷이 안정되면서 스코어도 쑥쑥 올라가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4위에 올라 생애 첫 톱10에 오른 것을 포함해 3개 대회 연속 톱15를 기록 중이다. 5개 대회에서 두 차례 컷 탈락을 하고도 시즌 상금누계에서 3700만원을 벌어들여 랭킹 19위에 올라 있다.

 그는 “이제야 골프 재미를 깨달았다”고 활짝 웃었다. 사실 이성운은 주니어 시절 건성으로 골프를 쳤다. 그는 “중·고등학교 때 열 몇 번밖에 예선 통과를 못 했다. 연습장에서 연습하기보다는 연습장 앞 아웃렛 매장을 더 자주 갔다”고 했다. 지금은 그 반대다. 연습 샷 하나에도 우승이라는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성운의 롤모델은 세계 랭킹 1위 청야니(23·대만)다. 압박감이 높은 상황에서도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청야니의 두둑한 배짱이 지금은 부럽기만 하다. 그러나 그는 “드라이브샷의 거리 싸움에서는 청야니에게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앞으로 체력 훈련을 통해 지금보다 10야드 정도 더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올 시즌 청야니의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71야드로 이성운(275야드)이 4야드 앞선다. “장타가 나를 무너지게도 했지만 그 장타가 나를 다시 정규 투어로 끌어올렸다”는 이성운은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는 게 기분 좋다”고 했다. 이성운은 15일 제주에서 열린 S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 첫날 경기에서는 6오버파로 부진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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