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부시행정부의 한반도리포트'

중앙일보

입력

얼마전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 '햇볕정책(Sunshine Policy) '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 고 했다는 말이 전해지자 그것이 한국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미국측의 새로운 공식 입장이라도 되는 양 여야간 공방이 벌어졌다.

한국의 정치권이 부시 행정부의 행보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 의미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비롯,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 장관, 제임스 켈리 국무부 아태담당 차관보 지명자 등 부시의 외교 정책 관련 핵심 브레인 10인의 논문과 연설을 모은 신간 『부시행정부의 한반도리포트』는 주목된다.

부시의 외교안보팀은 공화당 주류의 생각을 대변해오던 인물들. 수재형 인물 집단이었던 클린턴 팀에 비해 실무 경력과 관록이 앞서는 신중한 성격의 사람들로 분석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은 한국과 달리(!) 장관 등 고위관료들의 재임기간이 거의 대통령과 일치하며, 정책 결정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정책담당자들의 성향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책의 구성은 1, 2부에서 미 공화당 외교.안보 노선의 밑그림을 본 뒤 3부 동아시아정책과 관련된 논의들을 거쳐 4부에서 북한에 관한 1999년 '아미티지 보고서' 와 논문 '정상회담 이후의 남북 관계' 를 살펴보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간파되는 부시 정부의 가장 특징적인 외교철학은 '현실주의' , 군사력의 우위를 기반으로 한 국익 추구다.

물론 이런 내용은 이미 국내언론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접한 것들이다.

또 장성민 의원 (민주당) 등 역자들이 서문격인 1장에서 한국 정부에 제시하고 있는 바람직한 대미 외교 방법, 즉 미 공화당 정부뿐 아니라 의회.민주당 등 다양한 채널을 공략해야 한다는 '전방위 외교' 란 것도 그리 신선한 개념이 아니다.

그러나 저자들의 외교철학을 명확히 보여주는 이 논문들은 부시 행정부와 의회의 주요 인물 프로필.성향 등을 담은 부록과 함께 부시 정부를 이해하는 기초 자료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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