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나의 북한문화유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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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금강산도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

'답사 9단' 유홍준(영남대.미술사) 교수가 아는 것이 오히려 병일 수도 있는 북한 답사에 대해 '제대로 알기' 의 원력을 담아 『나의 북한문화유산 답사기』를 펴냈다.

상하 두권으로 된 시리즈의 완결판인 이 책은 앞권과 달리 금강산 한곳에 대해서만 집중탐구한 책이다.

금강산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인가.

유교수는 "통일신라의 최치원에서부터 퇴계.율곡.겸재는 물론 근대의 최남선과 정비석에 이르기까지 내로라하는 시인과 묵객치고 금강산을 답사하고 금강을 노래하지 않은 이가 없다" 며 "금강산을 그린 그림을 모으면 미술관이 되고, 금강산에 관한 글을 모으면 도서관이 될 정도" 라고 말한다.

금강에 대한 수많은 기행문과 그림을 관통하는 줄기를 육당 최남선은 "금강산은 조선심(朝鮮心) 의 구체적 표상" 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우리 선조들의 수많은 금강에 대한 예찬을 인용하여 금강산에 대한 앎의 크기를 더해주는 유교수의 신간도 바로 그 '조선심' 의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신간을 금강산만을 주제로 완전히 새로 쓰게 된 이유가 '금강산 관광' 이라는 시대 상황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다.

상권은 평양과 묘향산 등 북한의 관서지방 답사를 중앙일보에 연재한 것을 펴낸 책이다. 당초 하권도 상권처럼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것을 묶어서 펴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사이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면서 신문 연재물들이 시효성을 잃어버렸다. 저자는 이후 다시 네차례에 걸친 답사를 통해 금강의 봄.여름.가을.겨울을 체험한다.

일부러 사서 하는 고행일 수도 있는 이 작업의 밑바탕에는 민족의 명산이 통일의 영산(靈山) 이 될 날을 고대하는 저자의 바람이 녹아 있다.

선조들의 금강예찬이 집중된 내금강 만폭동 지역을 남한사람 최초로 답사한 저자는 이 부분을 비중있게 소개하면서 아직 관광이 허용되지 않는 현실을 아쉬워한다.

아울러 최근 다소 침체기미를 보이고 있는 금강산 관광의 의미가 다시 새롭게 부각되었으면 하는 희망도 담고 있다.

'지역의 살냄새' 전하는 것을 답사의 원칙으로 삼는 유교수의 이번 북한 답사기에서는 곳곳에서 고충이 묻어난다.

분단 50년 만에 남북한 양쪽 정부로부터 공식 답사자격을 부여받았으면서도 "남북한의 미묘한 관계 속에서 줄타기해야만 하는 아슬아슬한 처지" 때문이었다.

유교수가 언젠가 '북한 보통사람의 일상생활' 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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