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아테네올림픽, 정상개최 가능한가

중앙일보

입력

2004년 하계올림픽의 서울 이전 개최설이 보도되면서 당초 개최지인 아테네의 올림픽 준비상황이 국제스포츠계의 화두로 다시 떠올랐다.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안토니오 사마란치 위원장 측근의 말을 인용, '서울로 올림픽 개최지를 이전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대회 준비와 그리스 정부와의 갈등으로 인한 잦은 인사 교체 등으로 말썽을 빚고 있는 아테네올림픽조직위원회에 대한 IOC의 경고성 메시지라고 볼 수도 있다.

자크 로게 IOC조정위원장도 '올림픽 개최지 변경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했으나 '앞으로 6개월 동안의 기간이 중요하다'며 아테네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할 경우 7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IOC총회에서 이 문제가 다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따라서 올림픽 개최지 변경의 최대 관건은 아테네의 준비 상황.

아테네는 지난 97년 9월 IOC 총회에서 이탈리아 로마와 4차 투표까지 이어진 치열한 경합 끝에 1896년 제1회 근대올림픽 유치 이후 두번째로 올림픽 개최권을 따냈다.

그러나 대회 준비 초기부터 아테네조직위는 경기장 건설 부진과 각종 스캔들로 삐걱거렸다.

그리스 정부의 예산이 부족해 올림픽선수촌 건설이 지연되고 있고 고질적인 대기오염, 한정된 숙박시설은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쌓여 있다.

이처럼 대회 준비가 벽에 부딪히자 조직위와 정부간의 갈등도 끊이지 않았다.

올림픽 총책이었던 테오도로스 판갈로스 문화부장관과 페트로스 시나디노스 조직위 사무총장이 정부의 관료주의에 염증을 느껴 지난 해 잇따라 사임했고 최근에는 전직 조직위 관계자가 올림픽 관련 사업과 관련해 건설부장관의 비리의혹을 담은 보고서를 대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 위원장이 '역대 올림픽 중 최악의 준비상태'라고 혹평하는 등 IOC 관계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위기 의식을 느낀 그리스 정부는 시드니올림픽이 끝난 후 코스타스 시미티스 총리를 필두로 IOC 관계자들과 잇따라 만나 경기장 조기건설, 준비 인원 대폭 확충 등을 약속, 사태가 진정되는 듯 했다.

그러나 올해초 선수촌 건설공사를 맡았던 공기업 OEK의 기오고스 이오아니데스 사장이 정부와의 불화로 사임, 선수촌 건설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됐다.

여기다 미국 중앙정보부(CIA)는 이달 초 '그리스가 좌익테러단체인 `11월17일단'의 테러리즘에 가장 쉽게 노출되는 국가 중의 하나'라고 경고하면서 올림픽 준비에 타격을 가했다.

환경단체들도 조직위의 발목을 잡았다.

환경단체들은 환경보호를 내세워 아테네 북구 스키니아스에 건설예정인 조정센터를 이전해 줄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1만1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로게 IOC조정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단체들은 이 곳이 기원전 490년 역사적인 마라톤 전투가 벌어지면서 올림픽이 탄생한 곳으로 생태계와 역사적인 면에서 보존 가치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리스 정부는 '97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각종 대규모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경험이 있고 테러문제에 대해서도 5만명의 무장병력을 배치,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성공적인 개최를 장담하고 있지만 IOC 관계자들의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모스크바 IOC 총회에서 사마란치 위원장의 후임 선출을 앞두고 IOC 수뇌부간의 복잡한 역학관계가 맞물려 있어 `올림픽 개최지 변경'이라는 화두가 한동안 계속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서울=연합뉴스) 최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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