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로봇이 배꼽인사 깍듯 융합학부가 뭔지 실감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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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울산과학기술대) 1일 대학생되기 프로그램에 참가한 중고생들이 바이오로이드 로봇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다.’ 눈으로 직접 보고 듣는 체험을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경험 차이는 크다는 뜻이다. 중앙일보 ‘공부의 신 프로젝트-1일 대학생 되기’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체험한 깨달음이기도 하다. 2일 오후, UNIST(울산과학기술대) 캠퍼스에는 관심 대학과 학과에 대해 직접 알아보고자 전국 각지에서 온 중·고생들이 모였다. 이들은 융합교육을 대표하는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를 체험했다. 재학생 선배들과 교수에게 조언을 들으며 캠퍼스를 누비는 사이 학생들은 자신의 꿈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디자인·공학·과학·인문사회학 고루 배워

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는 디자인과 공학을 융합한 학부다. 디자인·공학·과학·인문사회학 등을 고루 배우는 교육과정을 실시한다.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정선희 학부장은 “스티브 잡스가 디자이너일까요, 공학자일까요, 경영자일까요?”라며 학생들에게 질문했다. “스티브 잡스를 딱 잘라 정의할 수 없듯, 앞으로는 기술과 인문이 더욱 융합되는 추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디자인과 기계공학이 조화를 이루는 교육과 연구, 실무 수업이 이뤄진다”며 학부를 소개했다. 이어 “엔지니어와 의논해서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가 요구되는 시대”라며 “기술과 디자인을 모두 이해하는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를 길러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입시 땐 10년 후 휴대전화 변화? 질문

입학사정관의 입시 설명회는 학생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김지혜 입학사정관은 “UNIST는 정직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 자기 주도적으로 학업을 진행하는 학생을 원한다”며 학교의 인재상을 설명했다. 김 입학사정관은 과거의 입시 사례를 예로 들며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수험정보를 줬다. “‘10년 후엔 휴대전화에 어떤 기능이 추가될까’와 같은 면접 질문이 있었다”며 “답이 없는 문제를 놓고 지원자가 어떻게 적극적으로 대처하는가를 보려는 것이므로 조리 있게 설명하는 연습을 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참가자들은 입시 전형과 방법이 소개된 슬라이드 화면을 동영상 기기와 사진으로 찍는 등 열심히 기록했다. 강나영(김해 분성여고 3)양은 “학생기록부가 포트폴리오 준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학교생활에 좀 더 충실히 해야겠다는 다짐이 섰다”고 말했다.

발명과 디자인 다른 점 궁금증 풀어

“우와” 학생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연구실 중의 한 곳인 ‘U-CIM랩’에선 관절이 움직이는 키 30㎝의 ‘바이오로이드’ 로봇이 손을 벌리고 참가자들을 환영했다. 바이오로이드 로봇의 팔 굽혀펴기, 배꼽인사와 같은 재주에 학생들의 표정이 더욱 밝아졌다. 박소영(22·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4)씨는 “U-CIM랩에서는 인간과 기계가 상호 협력해서 효율적인 성과를 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걸 목표로 한다”고 소개했다. 금지훈(대구 오성고 1)군은 “연구에 쓰이는 기계를 직접 보고 나니 융합학부라는 게 실감이 난다”고 신기해했다.

‘TD룸’에선 인간공학개론 수업의 일부인 ‘가짜 웃음(Fake Smile)’ 동영상 찾아내기 체험이 이뤄졌다. 강화영(21·여·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2)씨는 “디자인을 할 때는 상대방에게 적합한 제품을 구현하는 게 중요하다”며 “가짜와 진짜 웃음을 구별하는 실험을 통해 상대방에게 공감하는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송수지(인천 인일여고 1)양은 “실제 공부하는 현장을 보고 나니 진로진학에 대한 이정표가 마음 속에 그려졌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학교나 학부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소감을 말하는 시간으로 마무리됐다. 고산(창원고 3)군은 “앞으로는 상상력의 시대라고 하는데, 발명과 디자인이 다른 점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정 학부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발명이라면, 디자인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욕구’에 맞게 현존하는 기술을 개선하고 진화시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바꿔놓은 스마트폰처럼, 디자인은 조그만 변화로 큰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며 “미래를 아름답게 디자인하는 여러분, 우리 곧 만납시다”라고 격려했다.

UNIST(울산과학기술대)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21세기 신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형 인재 육성?을 목표로 설립된 디자인·공학 융합학부다.'통합산업디자인''감성 및 인간공학''공학 및 시스템 디자인' 3개 전공이 있으며 디자인·공학·과학·인문사회학 등 학제간의 융합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는 교육과정이 특징이다. 인간의 신체적·정신적·감성적 욕구를 탐구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충족시키는 새로운 디자인 창조에 관한 이론과 실제를 배운다. 학생 각자에게 특화된 교과과정을 수립할 수 있으며, 디자인과 공학을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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