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간지놈지도 작성에 참여한 김웅진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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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지놈의 염기서열 데이터 분석.연구에 참여한 재미한인과학자 김웅진(43)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생물학과 교수는 11일 "인간이라고 하는 복잡한 생물체가 비교적 소수의 유전자들에 의해 형성된다고 하는 것은 흥미로운 발견"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국의 과학 전문지 `네이처''에 보고된 연구논문은

▲제목은 `인간지놈의 암유전자 지도작성''으로 칼텍 연구팀과 워싱턴주립대, 미 국립보건원(NIH) 연구원 15명이 공동연구했다. 인간의 암 및 기타 질병에 관련된 유전자들을 발견하기 위한 세부적 지놈지도에 관한 것이다.

-세부적 지놈지도란

▲약 8천개의 DNA조각 또는 마커(marker) 들을 이미 밝혀진 염기배열지도상에 위치(locate) 시킨 이 상세지도는 향후 암 및 유전질환 연구에 획기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김박사가 맡은 연구분야는

▲암과 유전병에 해당하는 유전자 마커 2천여개를 확인하고 지도제작(mapping) 했다. 유전자 마커란 등산할 때 사용하는 표식으로 보면 된다. 지금까지는 마커가 없어 결함 유전자 부위를 게놈상에서 찾아낼 수 없었다. 이제는 환자의 결함 유전자 부위를 찾아내 정상유전자를 주입하는 등의 치료법이 가능해진 것이다.

-인간유전자가 예상보다 적다는 의미는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게놈은 약 2만6천-4만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이는 지금까지 추정된 약 10만개보다 훨씬 적은 것이다. 인간 유전자는 로봇이나 건축물처럼 수많은 부품(정보) 이 들어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소수의 부품을 갖고 있다는 것은 신기하다. 숫자가 적기 때문에 집중적인 연구가 가능하고 비용도 적게 들어 연구활동이 촉진될 것이다.

-남자의 유전변이가 여자보다 높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남자에게 색맹이 많고 여자가 오래사는 등 남자의 유전자 고장률이 높다는 것은 그동안 단편적인 연구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인간유전자가 여기저기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유전자들은 인간게놈안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군데군데 뭉쳐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진화과정에서 유전자들이 복제됐음을 뜻한다. 실용적인 영향은 없지만 지놈의 진화와 기능을 밝히는 데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약 200개의 인간유전자가 박테리아로부터 도입됐다는데

▲매우 흥미로운 발견이다. 박테리아는 세균으로 인간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고 여겨져왔는데 200개씩이나 인간유전자들이 과거 초기 영장류들이 출현할 무렵 박테리아로부터 도입됐다는 사실은 생물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논문은 어떤 것들인가

▲지난해 발표된 대로 인간지놈의 최종염기서열지도가 각국 연구기관들의 공동연구와 미국의 민간회사 셀레라 제노믹스에 의해 거의 완성됐다. 그후 미국과 영국등 6개국의 연구기관들을 주축으로 한 연구팀들이 염색체의 정밀구조와 새 유전자의 발견을 목적으로 인간게놈의 염기서열 데이터를 분석해왔다. 최근까지 밝혀진 연구내용들이 12일 NIH에서 발표되고 15일자 네이처 및 사이언스지에 관련 연구논문들이 게재된다.

-지놈이란 무엇인가

▲인간 및 모든 생물체의 구조와 기능을 관장하는 정보는 유전물질인 DNA에 저장돼 있으며 DNA는 아데닌(A) ,시토신(C) ,구아닌(G) ,티민(T) 의 네가지 염기로 구성된 매우 긴 고분자이다. 유전정보의 기능적 단위인 유전자는 이 네가지 염기의 배열에 의해 DNA에 기록돼 있으며 지놈이란 한 생물체가 갖고 있는 모든 유전자를 통틀어 지칭하는 총체적 개념이다.

-지놈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인간의 지놈은 28억 내지 32억개 염기의 배열로 이뤄져 있고 이는 23쌍의 염색체로 나눠져 있으며 각 염색체는 사실상 하나의 긴 DNA 분자로서 수백 또는 수천개의 유전자를 저장하고 있다. 게놈을 한국에 비유한다면 염색체는 도(道) , 유전자는 도민, DNA 염기서열은 개인정보에 해당된다.

-인간지놈프로젝트란

▲미국 정부의 주도 아래 1980년대 말 시작된 지놈프로젝트는 지난 10년간 염색체.유전자지도의 작성사업과 염기서열을 판독하고 분석하는 기술의 개발사업 면에서 괄목할 진전을 보여 이제 완성단계를 향한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 정부 주도의 지놈 사업은 현재까지 약 85%의 인간지놈에 해당되는 DNA 염기배열을 밝혔고 이 데이터는 공동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원하는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향후 지놈연구는

▲유전자들의 구조와 기능, 그리고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것과 의학.약학적 응용,그리고 인간 개개인들의 유전적 특이성과 차이(polymorphism) 를 분석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지난 20세기 후반이 컴퓨터에 의한 문명의 혁명을 가져왔던 것처럼 21세기는 지놈과학과 바이오테크놀로지의 시대가 될 것이다.

김박사는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에서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89년부터 칼텍게놈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96년부터 이 연구소 소장 겸 생물학과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작년 4월 생명공학벤처회사인 팬제노믹스(PanGenomics) 을 서울대교수들과 공동설립, 본사를 한국에 두고 미국내 지사장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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