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팀결산 (17) - 시카고 컵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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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바닥을 친 느낌이다. 99시즌보다 2패를 더 당한 컵스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함께 메이저리그 최저승률(65승97패 .401)을 기록했지만, 연봉총액의 순위는 11위에서 20위로 내려왔다.

◇ 집착을 버리다

새미 소사는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비록 돈 베일러 감독과의 불화설, 뉴욕 양키스로의 트레이드설에 시달렸지만 50홈런으로 홈런 1위에 올랐다.

특히 처음으로 4할을 넘긴 출루율과 4년만에 170개 밑으로 내려온 삼진수가 인상적이었다.

새로 영입한 키스톤의 활약도 좋았다. 에릭 영(2루수)과 리키 구티에레즈(유격수)는 라인업의 1-2번을 맡아 .370의 출루율로 소사의 밥상을 푸짐하게 차려줬다.

그러나 셰인 앤드류스와 윌리 그린의 3루는 여전히 구멍이었으며, 'Mr. 컵스' 마크 그레이스는 6년만에 타율 3할에서 미끌어졌다.

전체적으로 컵스는 99년과 다름없는 허약한 공격력을 보였지만 게리 가이에티, 미키 모란디니, 랜스 존슨, 제프 블라우저, 베니토 산티아고 등, 베테랑에 대한 집착을 버린 것만으로도 뭔가 하나는 건진 한 해였다.

◇ 우드여, 부활하라

캐리 우드의 복귀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컵스 팬들은 달라진 그의 모습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공의 위력에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마운드에서 타자들을 호령하던 자신감이 사라진 것.

23경기에 나서 8승(7패, 4.03)에 그친 우드는 하지만 시즌 막판의 1실점 완투승과 8이닝 무실점투구로 부활의 희망을 심어줬다.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마무리 릭 아길레라는 예상대로 불합격점을 받았다. 비록 29세이브를 올리긴 했지만, 8번의 세이브 실패와 함께 4.91의 방어율은 팀으로 하여금 다른 대안을 찾도록 만들었다.

이스마일 발데스, 케빈 타파니, 스캇 다운스, 루벤 쿠에비도 등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선발진에서는 존 리버가 돋보였다.

그동안 좌타자에 치명적인 약점을 보였던 리버는 이를 극복하며 팀내최다승(12)과 함께 최다이닝(251), 최다선발(34) 최다탈삼진(192)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선두에 나서며 컵스의 투수고과 1위를 차지했다.

◇ 조금 더 참자

마크 그레이스가 떠나긴 했지만 토드 헌들리, 론델 화이트, 매트 스테이어스가 보강된 타선은 훨씬 짜임새가 있어졌다. 하지만 3-4-5선발이 불안한 선발투수진은 여전히 걱정스럽다.

올시즌 컵스의 운명은 뒷문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아길레라를 포기한 컵스는 그 자리에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영입한 톰 고든을 기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 2년동안 17이닝을 던진 고든의 재기는 아직 불투명하다.

2001시즌이 어떻게 되건 컵스의 리빌딩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검은 타이 콥' 코리 패터슨과 함께 '슬러거' 최희섭, '미래의 에이스' 벤 크리스텐슨이 자라나고 있는 컵스의 팜은 최고 수준이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합류할 2002시즌의 전까지 컵스가 해야할 일은 자신감을 잃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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