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고참 마운드에 재도약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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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불과 2년만의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99년 한국시리즈 우승당시 정민철-송진우-이상목으로 이어지는 선발 3인방과 특급 마무리 구대성으로 철벽 마운드를 자랑했던 한화였지만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에 참가한 선수는 '회장님' 송진우뿐이다.

정민철과 구대성은 차례로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했고 이상목은 아직도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새로 부임한 이광환 감독 입장에선 99년 우승 당시의 철벽마운드는 흘러간 부귀 영화일뿐 눈앞에 암담한 현실만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90년대 초반 LG 트윈스를 이끌면서 투수들의 역할 분담 전술인 '스타 시스템'을 창안해 94년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거머쥐었던 이 감독이지만 가용할 투수가 없으면 '스타시스템' 역시 무용지물이다.

고졸 2년생 조규수(20) 말고는 마운드를 믿고 맡길만한 투수가 없는 가운데 이광환 감독이 내린 결론은 고참을 재기용하는 방법.

이 감독은 먼저 지난 해 은퇴했던 이상군(39) 투수코치를 현역으로 재등록시켰다.

우리 나이로 불혹인 이상군 투수 코치는 96년 은퇴했다가 지난해 선수로 재등록해 5승을 올리며 '최고령 100승 투수’가 되기도 했다.

이 코치는 100승을 달성한 뒤 다시 지도자의 길을 걷기로 했으나 이 감독의 진지한 부탁 앞에 마운드 재복귀를 결심했다.

이 감독은 또 지난 시즌 SK에서 방출된 김정수(39)도 영입했다.

김정수가 전성기만큼 위력적인 공을 뿌리지는 못하지만 왼손 셋업맨으로 '스타시스템'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는 것이 이광환 감독의 믿음이다.

국내프로야구 최고령 투수들인 이상군과 김정수는 8일 피오리아 구장에서 이광환 감독과 최동원 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나란히 불펜투구를 했다.

프로경력이 15년이 넘은 베테랑들이지만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온 몸으로 느끼며 일구 일구 신중한 모습이었다.

30여분 투구를 관찰한 최동원 투수코치는 "고참들이 겨울동안 몸관리에 충실해 공에 힘이 실려 있다"고 평가했다.

이광환 감독은 팬들이 예상치 못하고 있는 또 한명의 투수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97년 어깨 부상으로 은퇴했다가 최근 공개 신인테스트를 통해 재입단한 지연규(32)다.

지연규는 92년 팀내 신인 최고 계약금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으나 어깨 부상으로 통산 3승에 그친 뒤 은퇴했다.

물에 빠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던 이광환 감독은 3년만에 완치된 어깨로 나타난 지연규에게서 올시즌 한화 마운드의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피닉스=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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