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김문수·이재오 경선 보이콧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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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새누리당의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정몽준 의원 등 비(非)박근혜계 주자 3인의 대리인들이 7일 심야 긴급 회동을 하고 대선 경선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회동 후 차명진(김문수)·권택기(이재오) 전 의원, 안효대(정몽준) 의원 등 비박 주자 3인의 대리인들은 8일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 지도부에 경선 룰 논의기구의 설치를 재요구하는 한편 당 지도부를 향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

 익명을 원한 한 참석자는 “회동에서 경선 룰 논의기구를 설치하지 않기로 한 당 지도부 결정의 심각성에 대해 논의했다”며 “지도부가 경선 룰 협의기구 설치를 계속 거부하면 경선을 거부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박 주자 3명이 경선을 보이콧하면 새누리당은 사실상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을 추대할 수밖에 없게 돼 박 전 위원장도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앞서 황우여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등 경선 룰 문제를 다룰 당내 기구(경선준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비박 주자들의 요구를 거절하고 경선 룰 변경 여부를 9명의 회의 참가자 중 박근혜계가 8명 포진하고 있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하기로 했다.

또 경선준비위 대신 경선 실무를 담당할 경선관리위원회(위원장 김수한 전 국회의장)를 11일 발족하기로 했다.

 이에 이재오 의원은 이날 강원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권파(박근혜계 지칭)가 이미 (박 전 위원장이) 대통령에 당선된 양 오만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며 “당권파 입맛대로 경선 룰을 결정하면 다른 비당권파 후보들과 협의해 ‘심각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택기 전 의원은 심야회동 전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행 룰을 그대로 밀어붙일 경우 비박 주자 전원이 후보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지사 측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동성 전 의원도 “박근혜 추대쇼를 하지 말라”는 성명을 냈고 정 의원 측 안효대 의원도 “최고위에서 경선 룰을 결정한다는 건 경선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라고 반발했다. 쇄신파 정두언 의원도 트위터에 “(비박 진영이) 떠들 테면 떠들란 식”이라며 “이건 새누리당이 아니라 완전 민정당”이라고 비판했다.

 비박 진영이 ‘완전국민경선제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식의 집단행동 의사를 밝힘에 따라 8~9일 충남 천안에서 열리는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에서 경선 룰 공방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연찬회엔 박근혜 전 위원장과 정몽준 의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정효식·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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