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간 문재인, 탈노무현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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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문재인(左), 손정의(右)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7일 당일 코스로 일본을 방문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났다. 6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대통령 출마선언문에 꼭 담았으면 하는 내용을 보내달라”며 대선 출사표 공모에 나선 지 하루 만이다. 이날 방문은 손 회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문 고문은 손 회장과 면담을 마친 뒤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탈(脫)노무현 행보’로 비춰질 만한 언급을 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는 원전 비율을 40%까지 늘리기로 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60%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저는 이에 반대한다”며 “중장기적으로 탈(脫) 원전정책을 취해야 한다는 데 손 회장과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문 고문은 “원자력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손 회장이 구상하는 ‘아시아 수퍼 그리드(한국~일본~몽골~중국~러시아를 송전선으로 잇는 프로젝트)’ 구상이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원전 추가 건설 중단, 수명이 지났는데도 가동을 연장하고 있는 원전의 가동 즉각 중단, 원전 의존 비율을 줄여나가기 위한 에너지정책의 전면 재수정을 나의 대선공약으로 내걸겠다”고 했다.

 ‘너무 진한 노무현 색깔’은 그간 그의 정치적 자산이면서도 한계로 지적돼 왔다. 그런 문 고문이 ‘독립된 정치인’으로 홀로 서기에 나선 셈이다. 그는 지난달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3주기 추도식 때 ‘3년 탈상’을 선언한 뒤 밤중에 트위터에 “소주 한 잔 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탈상입니다. 노무현과 참여정부를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를 향한 출발입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간담회에서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통합진보당은 국민에게 실망을 많이 줬고 절대적 쇄신이 필요하지만 제명 문제는 후보 선출 과정에서의 불법성이 확인된 다음에 이뤄져야지 색깔론으로 몰아 세워 제명하는 것은 부당하다. 과연 누가 국가관을 심사할 수 있나. 유신 때 김영삼씨를 의원 제명했던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에 대한 비교우위를 묻는 질문엔 “김 지사는 경남에 야당 국회의원이 한 명밖에 안 돼 지사직을 그만두는 데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내가 경쟁력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고 거침 없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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