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송창식, 어느 날 갑자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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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008년 버거병 진단을 받은 한화 송창식이 6일 대전 롯데전에서 290일 만에 깜짝 선발승을 올리며 감동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다. 송창식이 6일 역투하고 있다. [대전=정시종 기자]

기쁨이든 슬픔이든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있으면 충격이 덜하다. 그러나 한화 투수 송창식(27)에게는 너무 많은 일이 ‘어느 날 갑자기’ 닥쳐왔다. 지난 6일 대전 롯데전에 ‘깜짝 선발’로 나선 것도, 그 경기에서 5이닝 3피안타·1실점으로 ‘깜짝 호투’를 펼치며 290일 만의 선발승을 따낸 것도,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송창식에게는 크게 놀랄 일이 아니었다. 한대화(52) 한화 감독조차 “송창식이 기대 이상으로 호투했다”며 놀라워했지만 송창식은 “2군에서 하던 대로 했다. 어려움은 없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감각이 사라지다=2004년 세광고를 나와 계약금 2억원을 받고 2차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송창식은 데뷔 첫해 8승을 따내며 신인왕 후보에 올랐다. 오재영(27·당시 현대)에게 밀려 수상은 못했지만 성공적인 루키 시즌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고 2007년까지 후유증을 겪었다. 2008년에는 훈련 중 갑자기 손가락 끝에 감각이 사라졌다. 어느 순간 공을 던졌는데 그냥 느낌이 없었다. 진단 결과 버거병(폐쇄성 혈전혈관염)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잘못되면 절단까지 해야 하는 난치병이었다. 의사는 “다른 건 몰라도 야구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절망했지만 야구를 그만둘 수는 없던 그는 구단에 “치료를 하고 오겠다”고 했고 구단은 2008년 말 그를 임의탈퇴로 내보냈다.

 ◆감각이 돌아오다=수많은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감각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세광고에서 코치로 일하며 치료와 재활을 병행했다. 손가락에 감각이 없어 공이 제멋대로 나갔지만 송창식은 “그렇게라도 안 하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했다.

 2009년 여름 ‘어느 날 갑자기’ 손가락 감각이 돌아왔다. 송창식은 “평소처럼 공을 던졌는데 거짓말처럼 손가락 끝에 긁히는 느낌이 왔다”고 했다. 그는 “갑자기 돌아온 감각이 또다시 사라질까 두려워 잠도 안 자고 공만 던지고 싶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송창식은 2010년 테스트를 통해 한화에 재입단했고 지난해 8월 21일 잠실 두산전에서 2573일 만의 선발승을 거두며 ‘인간승리’ 신화를 썼다. 이후 송창식은 주기적으로 병원에서 후유증을 점검했다. 그러나 이상 징후는 없었고 3개월 전부터는 병원에 발길을 끊었다. 감격적인 승리 뒤 송창식은 “많이 이겨 부모님께 좋은 모습을 자주 보여 드리고 싶다. 그래서 내 손가락이 나았듯이 아들 걱정에 다 타버린 부모님 마음도 낫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7일 열린 경기에서는 LG가 정성훈(32)의 결승포를 앞세워 공동 3위로 뛰어 올랐다. 정성훈은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3-3으로 맞선 8회 초 2사 오재영(넥센)의 2구째 직구를 밀어쳐 4-3 역전 결승 솔로 홈런(비거리 115m)을 기록했다. 시즌 11호째. 전날 3점 홈런을 때려낸 정성훈은 이틀 연속 홈런을 기록하며 홈런왕 경쟁에 다시 뛰어들었다. SK 정우람은 잠실 두산전 2-1로 앞선 9회 말 구원 등판해 시즌 11세이브를 올리며 투수 최연소 500경기 출장 대기록(27세 6일)을 자축했다.

유선의·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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