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전략] '땡처리' B2B사이트가 뜬다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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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고급 레스토랑 탑 오브 더 마크에서 만난 리테일익스체인지닷컴 (http://www.RetailExchange.com)의 창업자이자 CEO인 켄 프리즈(33)에게 물었다. “어떤 물건들을 파격적인 할인가에 내놓고 있느냐?” 그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식탁을 마주보고 앉은 그가 넌지시 기자 쪽을 바라본다.

“지금 기자가 걸치고 있는 것 모두다. 셔츠·바지·구두·양말·반지에다, 음… 안경은 아니겠고, 손에 쥐고 있는 펜, 식탁 위에 놓인 종이와 스탠드, 그리고 식탁 자체도 그렇고, 의자… 한마디로 차고에 세워둔 자동차와 냉장고 안의 식료품을 제외하고 집안에 있는 것 전부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한 가지 전제가 있다. 그런 제품을 적어도 수백 개는 구입해야 헐값에 넘겨받을 수 있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본사를 둔 리테일익스체인지는 고속 성장 중인 재고품 온라인 판매 시장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프리즈는 의자 수요를 잘못 예측, 처치곤란한 재고를 1만2000개나 안고 있는 가구회사와 요즘 유행하는 가구를 대학 기숙사나 닷컴기업에 싼값으로 판매하는 소매업체를 연결해 주고 5%의 짭짤한 커미션을 챙긴다.

리테일익스체인지는 지난해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에 직원 30명과 4200만 달러 상당의 의류·가정용품 목록만으로 출범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직원이 70명으로 늘었고 사이트에 오른 재고상품 규모도 3억 달러로 불어났다. 프리즈는 “2위 업체와 비교할 때 리테일익스테인지의 규모는 3배에 달한다”고 자랑했다. 그에 따르면 리테일익스체인지는 올해부터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게 된다.

해마다 미국에서만 유명 브랜드 브래지어에서 중장비에 이르기까지 무려 600억 달러 상당의 제품이 과잉 생산된다. 따라서 헐값에라도 처분해야 하는 실정이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소재 시장조사업체 AMR 리서치가 지난해 6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는 그 규모가 배로 늘어난다.

제조업체는 재고품 대부분을 여전히 전화·팩스·우편·e-메일 등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처분한다. 그러나 재고시장에서도 온라인 거래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해 AMR의 애널리스트 재닛 술레스키는 6억 달러에 이르는 잉여상품이 인터넷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AMR에 따르면 오는 2004년 재고품 온라인 거래 규모는 225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경쟁사 트레이드아웃닷컴 (http://www.TradeOut.com) 사이트에 남아도는 자명종 시계 수천 개를 올려놓은 텍사스주 소재 제조업체 퀄러티 소스(Quality Source Inc.)의 키티 리 고든 사장은 “퀄러티 소스의 재고물량 가운데 인터넷에서 처리되는 비율이 늘고 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오프라인은 상당히 빡빡한 실정이다. 재고정리업계는 물건값을 10%밖에 쳐주지 않는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거래할 경우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

프리즈가 재고상품업계에서 이점을 갖고 있다면 그의 가문 덕이다. 그의 외증조부 잭 고든은 1903년 동생 루이와 함께 고든 브러더스 파트너스를 설립, 파산한 장신구 제조업체들의 재고품 경매 처분업에 나섰다.

그뒤 고든家는 고든 브러더스를 재고처분업계의 대명사로 일궈냈다. 현재 켄 프리즈의 부친 마이크 프리즈가 경영 중인 고든 브러더스는 지난 99년 50억 달러 상당의 재고품을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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