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외식 때 '지방 많은 음식' 먹으면 다툰다

미주중앙

입력

한인 C씨는 가끔 남편과 외식을 하는데 외식 뒤끝이 좋지 않을 때가 더러 있다.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서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고 식사가 끝난 후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말다툼을 하기도 한다. 주변을 둘러 보면 C씨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기분 좋게 시작한 외식이 그다지 유쾌하게 끝나지 않는 경우를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왜 그럴까. 음식에 대한 기대가 컸다가 실망해서 그럴 수도 있다. 외식 비용을 치르기로 한 남편 혹은 부인이 짜게 굴어서 기분이 상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외출과 외식으로 이어지는 일정이 피곤함을 불러와 짜증이 늘어난 게 원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돈 들이고 시간까지 투자하며 하는 외식이 불쾌하게 끝나거나 나쁜 기억으로 자리잡아서는 안 될 일이다.

최근 한 대학 연구팀이 외식과 말다툼 혹은 신경전 등의 미묘한 관계를 규명해 관심을 끌고 있다. 결론은 기상천외하게도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언쟁이나 신경전이 한층 가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하이오 주립대 의대 연구팀은 최근 연방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가까운 사람들끼리의 외식과 스트레스의 상관 관계를 살펴봤다. 이 대학 론 글레이저와 재니스 키콜트-글레이저 교수팀은 기혼부부들을 대상으로 외식 종류에 따른 스트레스 수치 변화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팀은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지만 실제로는 포화지방산의 함량이 전혀 다른 음식을 기혼부부들에게 대접해가며 스트레스 정도의 변화를 살폈다. 기혼부부들은 식사 중에 예민한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누도록 했다. 예를 들어 은퇴 자금 마련 처가 혹은 시가와의 관계 등의 문제를 식사 중에 얘기하도록 한 것이다.

이틀 동안 실험에서 첫날과 둘째 날 각각 식사를 한 뒤 혈액을 채취해 지방 성분의 일종인 혈중 트리글리세라이드와 스트레스 호르몬의 농도를 알아봤다. 그 결과 포화지방산이 많이 든 음식을 먹으면서 부부들이 대화를 나눴을 때 스트레스 정도가 훨씬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화지방산은 각종 혈관 질환을 비롯해 이런저런 성인병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바로 그 지방산이다. 생선이나 식물에 많은 불포화지방산과 비교해 흔히 나쁜 지방산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연구팀의 론 글레이저 교수는 "부부나 혹은 친밀한 사람끼리 외식 때 포화지방산이 많이 든 음식을 먹는 건 피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만일 포화지방산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피할 수 없다면 최소한 민감한 문제를 대화 소재로 입밖에 꺼내지 않는 게 현명한 일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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