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선 줄기세포 논문 의혹, 배경엔 황우석·라정찬과 암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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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수의대 강경선(49)·강수경(46) 교수의 논문 조작 의혹으로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진실 여부는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최종 조사 결과 밝혀질 전망이다. 서울대 위원회 측은 1차 조사 결과 “논문에 문제가 있다”며 속도를 내고 있다.

 두 교수의 논문 조작 의혹의 발단이 된 것은 익명의 제보자가 관련 학술지와 웹사이트 등에 보낸 70쪽에 달하는 프레젠테이션 파일이다. 각 논문의 문제점을 자세하게 분석한 솜씨로 미뤄 학계는 줄기세포 연구자가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학계는 제보자의 배후를 놓고 ‘줄기세포 권력 삼각 암투’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줄기세포 벤처업계에 아직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 중인 황우석(60) 박사, 강경선 교수, 강 교수와 동기 동창이지만 알력이 있는 알앤엘바이오㈜의 라정찬(49) 회장 3명이다. 서울대 수의대 동문인 3명은 구원(舊怨)으로 얽혀 있어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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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선 교수와 라정찬 회장은 한때 ‘동지’였으나 강 교수가 동일 업종 벤처를 차려 나오면서 관계가 틀어졌다. 강 교수는 알앤엘바이오의 자문교수로 일하며 기술적인 지원을 상당 부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을 잘 아는 벤처업계 인사는 “라 회장이 자신을 배반하고 같은 업종인 줄기세포 회사를 설립한 강 교수에게 엄청난 분노감을 표출했다”고 전했다.

 강 교수는 2010년 줄기세포 관련 ‘강스템홀딩스’를 창업했고 지금까지 7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그의 말 한마디로 줄기세포 관련 주가가 들썩일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라 회장은 줄기세포 벤처의 ‘큰손’으로 통한다. 지난해 10월 노벨상 발표 주간에는 노벨 생리의학상의 유력한 후보라는 소문이 퍼져 방송사들이 집 앞에 중계차를 대기시키는 장면이 벌어졌다. 마당발 인맥을 과시하며 포장술도 뛰어나다는 게 벤처업계 시각이다.

 황우석 박사와 강 교수도 앙금이 있다. 황 박사의 논문 조작 파동 때 강 교수가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발언을 언론에 흘렸다는 게 그 이유다. 강경선 교수와 25편의 논문을 공동 집필한 강수경 교수는 언론에 “황우석을 비롯한 서울대 수의대 내 산재해 있는 황빠 추종 교수님들의 철저하게 계획된 일로 확인됩니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강경선 교수의 실험실 운영 방식도 이번 사태의 빌미가 됐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의 실험실을 잘 아는 서울대의 한 연구원은 “강 교수가 1인 독재체제로 실험실을 운영하고, 1주일마다 실험 진척사항을 점검하면서 워낙 강하게 밀어붙여 대학원생들이 조작한 사진이라도 내놓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논문 조작 여부 본격 조사=서울대는 연구진실성위원회 본조사 위원회를 구성해 강수경 교수의 논문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서울대는 5일 회의를 연 뒤 “해당 논문에 대해 보다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예비조사위원회 의견을 받아들였다. 조사위원 7명은 외부 인사 2명과 서울대 인사 5명으로 구성된다. 서울대는 3일 포스텍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게시판을 통해 조작 의혹이 제기된 강경선 교수의 논문에 대해서도 예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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