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트 오페라극장 주역 된 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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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메트) 오페라 극장은 오페라 가수들에게 꿈의 무대다. 소프라노 캐슬린 김(37·사진)은 2007년부터 이 무대에 서왔다.

 이탈리아 라 스칼라극장, 오스트리아 빈 오페라하우스와 함께 세계 3대 오페라 극장으로 꼽히는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씨를 5일 만났다. 2015년까지 스케줄이 잡혀 있다는 그는 일본 공연을 마치고 한국에 잠시 들렀다. 사진 속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과는 달리 솔직하고 담백했다.

 - 메트 오페라 극장에 데뷔한 계기는.

 “2007년 시카고에 있는 리릭 오페라단에서 요한 스트라우스의 ‘박쥐’ 공연을 하고 있었다. 그때 메트 오페라단 관계자가 제 연기를 보고 오디션 기회를 줬고 기회를 잡게 됐다. 첫 공연으로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바르바리나 역을 맡았는데 (소프라노) 홍혜경 선생님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게 돼 기뻤다.”

 김씨는 지난해 현대 오페라 ‘닉슨 인 차이나(Nixon in China)’에서 주연인 마오쩌둥(毛澤東)의 부인 장칭(江靑) 역을 꿰차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메트 오페라단의 ‘닉슨 인 차이나’ 초연이라 의미가 큰 공연이었다. 오페라를 작곡한 존 애덤스는 공연이 끝나고 “캐슬린 김 만큼 장칭을 소화하는 배우는 없다”고 평가했다.

 - 큰 무대에 선 비결은.

 “동양사람이고 키가 크지 않아 남들보다 2~3배 더 연습했다. 오페라단에서 나의 연기력을 잘 봐 준 것 같다. 나는 ‘실전에 강한 가수’라고 생각한다. 2주 정도 집에서 쉬면 몸이 근질근질하다. 나는 다른 것을 할 줄 아는 게 없다. 평생 노래만 해왔다.”

 김씨가 메트 오페라 극장에서 입었던 무대 의상에는 소프라노 조수미와 신영옥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 극장을 거쳐간 한국인 오페라 가수들이다.

 “메트 오페라 극장에서는 항상 긴장하고 연습을 했다. 그러다 한 작은 극장 무대에 섰는데 중요한 사람들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대충 노래를 불렀다. 공연을 마치고 제 노래를 듣고 나오시던 관객들이 ‘너무 좋았다’고 말해 ‘아차’ 싶었다. ‘이게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의 목소리에 담긴 짙은 호소력은 이런 진정성에서 나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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