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귀순처녀, 태극마크 달아

중앙일보

입력

"2010년 남한에서 겨울올림픽을 유치할 때까지 유니폼을 입고 싶어요. "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온 귀순 처녀(□)가 아이스하키 여자국가대표팀 태극 마크를 달았다. 1999년 4월 북한에서 귀순한 황보영(22.사진)이다.

레프트 윙인 황보는 지난해 12월 새로 구성된 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에 선발돼 팀의 골게터로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2003년 겨울아시안게임에 대비, 현재 12명으로 구성된 여자대표팀은 지난달 31일 리틀아이스하키대제전(목동링크) 개막전에 앞서 열린 홍대부속초등학교와의 시범경기에서 1 - 5로 패했다. 황은 이 경기에서 첫 골을 뽑아내 4년 만의 골맛을 봤다.

92년부터 북한에서 스틱을 잡았던 황보는 함경북도 대표로 선수생활을 하다 부모를 따라 남한으로 왔다.

황보는 서울 생활 초반에는 여유가 없어 좋아하던 아이스하키를 접할 수 없었지만 그의 전력을 알게 된 협회 관계자들의 권유로 동호회에서 활약하다 실력을 인정받아 대표팀에 뽑혔다. 북한 출신 운동선수가 남한에서 태극마크를 단 것은 황보가 최초다.

대표팀 신승한 코치는 "드리블이 좋은 최고 실력파다. 성격이 밝고 적극적이어서 선수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 고 말했다.

현재 간호보조사학원에 다니며 남한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는 황보는 "남에게 간섭받지 않고 좋아하는 아이스하키를 맘껏 할 수 있게 돼 좋다" 고 활짝 웃었다.

"북한보다 실력이 뒤지는 한국여자아이스하키가 빨리 국제 수준으로 성장하도록 앞장서겠다" 고 다짐하는 황보는 여자대표팀 코치가 되는 게 꿈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