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나라] 마해영 트레이드의 본질

중앙일보

입력

2월 1일 자이언츠는 마해영을 삼성 라이온즈의 내야수 김주찬, 외야수 이계성과 바꾼다고 발표했다. 말로만 무성하던 롯데 자이언츠의 중심타자 마해영의 트레이드설이 결국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번 트레이드는 트레이드의 기본 요소인 전력강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구단에 자기 주장을 분명하게 내는 선수에 대한 처리를 어떻게 하는 것인가를 보여주는 다분히 감정이 개입된 보복의 성격이 아주 크다.

필자가 언급하는 '보복'은 추측이 아니다. 이번 겨울부터 롯데 자이언츠의 한중문 사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마해영을) 반드시 트레이드 시키겠다.’고 공언해 왔다. 다시 말해 어떠한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구단과 마찰을 일으키는 선수는 보복을 하여 결국 방출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프로야구단을 이끌고 있는 고위 관계자로서의 자세에서 벗어난 언행이다. 다시 말해 구단은 아마가 아닌 프로임에도 불구하고 동등한 위치에 있어야 하는 선수들을 야구기계 이상으로 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레이드는 약간 손해를 본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자기팀만 이익을 보겠다는 자세로는 도저히 올바른 트레이드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正道)가 있다. 이번 트레이드는 저울추가 마해영 쪽으로 엄청 기울어져 있다는 데 문제다.

1999년 타격왕을 차지하고 선수협 활동에 따른 동계훈련 부족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자이언츠 타자 중 고과 1위를 차지할 만큼 실력 있고 또한 검증을 충분히 거친 마해영을 아직 신인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계성과 스무 살의 김주찬을 묶어 바꾼다는 것은 야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에게는 수긍할 수 없는 트레이드다.

또한 이계성과 김주찬은 주전이 아니며 그들이 자이언츠에 들어와도 팀전력에 당장 플러스 요인이 되지 못한다. 장래성을 강조할 수 있지만 아무도 그들이 성공한다는 보장을 하지 못한다. 즉 검증되지 않았기에 그들의 활약에 대해 확신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팀에 중심타자가 보복으로 트레이드 되었기 때문에 기존 선수들은 팀을 위한 플레이보다는 개인을 위한 플레이로 돌아설 가능성이 아주 크다. 소속감을 가져봐야 언제 다른 팀으로 가야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팀을 위해 봉사할 마음을 가질리가 없다. 이렇게 되면 자이언츠는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

반면 라이온즈는 외형적으로는 엄청난 이익을 봤다. 기존의 왼손 대형타자 이승엽-김기태에 오른손 장거리포인 마해영까지 가세해 막강한 클린업 트리오를 구축해 우승 전선에 한 걸음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승엽-김기태-마해영은 모두 1루 혹은 지명타자 요원이다. 재작년과 작년 뛰어난 타격을 자랑하던 찰스 스미스와 훌리오 프랑코를 방출한 이유가 외야수비 탓이었는데 마해영 역시 외야를 볼 수 없다. 김응용감독은 이 들 세명에 대한 ‘교통정리’가 급선무다.

시너지 효과를 얻기는커녕 잘못하면 중복과잉투자로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물론 상대팀의 중심타자를 얻어 상대팀이 힘이 약해지게 만들었다는 엉뚱한 효과를 보긴 했으나 스타들의 편중에 대해 그동안 숱한 비난을 받아왔던 라이온즈는 이번에도 비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트레이드가 자기 팀과 상대팀이 모두 이익을 보는 win-win 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둘 다 어렵게 해버리는 우(憂)를 양팀이 범했다. 프로야구 발전에 도움이 되긴커녕 저해시키는 결과를 가져 왔다.

이번 트레이드에서 구단 사장과 단장의 개인적인 감정에 의해 선수를 희생물로 트레이드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그토록 많은 팬들이 반대하고 비난을 퍼부어도 무서워 하지 않는 구단은 말로만 팬들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실질적으로는 팬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트레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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