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샷 날린 장준형, "올 시즌 행운 가득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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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메리츠 솔모로 오픈이 열린 경기도 여주 솔모로 골프장(파71). 17번홀(파4)에 몰려있던 갤러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K7승용차가 걸린 이벤트의 주인공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한국남자프로골프투어(KGT)에 갓 데뷔한 19세 장준형(하이원리조트)이 그 주인공이다.
17번홀 페어웨이에는 가로 25m 세로 20m의 원이 그려져 있었다. ‘90주년 존’이라고 쓰인 이 원의 중심은 티 샷 지점으로부터 290야드 지점이다. 이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인 메리츠 화재는 설립 90주년을 맞아 이 원안에 90번째로 티샷을 떨어트리는 선수에게 K7을 증정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대회 1,2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원안에 공을 떨어트린 선수는 많지 않았다. 결국 주최측은 3라운드부터 원주위로 가로 30m 세로 40m짜리 박스를 그려 90주년 존의 크기를 늘렸다.

이날 행운의 주인공이 될 뻔한 선수는 장준형뿐이 아니었다. 한성만은 장준형 보다 한 조 앞서 경기했다. 그는 같은 조에서 플레이 하던 라파엘 리가 89번째로 90주년 존에 티 샷을 떨어트리자 K7을 가져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그는 침착하게 티샷을 했다. 똑 바로 뻗어가던 공은 90주년 존에 무난히 안착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공은 박스 라인을 맞고 굴러가 50cm 옆에 멈췄다.단 한 걸음 차이로 행운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결국 기회는 장준형에게 넘어왔다. 장준형은 진지한 얼굴로 드라이브 샷을 했다. 공은 정확히 목표를 향해 날아갔고 90주년 존 박스 위에 그대로 멈췄다. 그의 옆에 있던 진행 요원의 무전기 속에서 “축하합니다. 90주년 존에 들어갔습니다”란 말이 또렷하게 들렸다. 장준형은 마치 우승을 확정 지은 순간인 듯 기뻐했다.
장준형은 “첫 출전한 프로 대회에서 이렇게 큰 행운이 찾아와 너무 기쁘다. 평생토록 기억에 남을 데뷔전이 될 것 같다”며 “오늘처럼 앞으로도 프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이 샷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앞으로 더 노력해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준형은 프로 데뷔전에서 합계 9오버파로 공동 48위에 올랐다. 그는 "컷 통과가 이 대회의 목표였다. 목표를 달성해 더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대회 주최측은 장준형이 K7을 타게 된 데에 안도감을 표했다. 한 관계자는 “장준형 다음 차례가 아마추어 김재우 였다. 만약 김재우가 90주년 존에 공을 떨어트렸다면 상품을 줘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큰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KGT 규정상 아마추어는 프로 대회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상금(품)을 받을 수 없다. 대회 관계자는 "김재우가 행운의 주인공이 됐을 경우 자동차 대신 소정의 장학금이 주어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주=오세진 기자 seji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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